[DBR]공공의 미, 세상을 바꾼다

  • 입력 2008년 12월 6일 03시 00분


밀레니엄 파크의 ‘클라우드 게이트’(왼쪽)와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밀레니엄 파크의 ‘클라우드 게이트’(왼쪽)와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도시공간에 디자인 접목… 새 가치 창출-삶의 質 혁명 이끌어

공공의 공간은 인간의 필요와 욕망에 부응할 때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창조적인 도시 공간은 삶의 활력을 높이고 생활을 윤택하게 한다.

시대의 변화로 이제 공공 광장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곳이 아닌 체험과 소통, 창의성이 살아 숨쉬는 예술적 감성 공간이자 공감각(共感覺)적 집결지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시카고의 밀레니엄 파크가 대표적 사례다. 아트와 디자인, 하이테크와 스토리가 어우러진 이곳은 시민들의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경험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곳에 들어선 탑 모양의 분수 ‘크라운 파운틴’은 탑 전면에 발광다이오드(LED)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13분마다 한 번 스크린 속 화면이 바뀐다. 화면에는 시카고 시민 1000명의 얼굴이 클로즈업돼 비치며, 이들의 입에서 분수의 물이 뿜어져 나오도록 설계됐다.

‘시카고 빈’이라고 불리는 밀레니엄 파크의 ‘클라우드 게이트’는 콩처럼 생긴 110t 무게의 거대한 스테인리스스틸 조각품이다. 외벽이 모두 거울처럼 돼 있어 보는 사람에 따라 주변 환경과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이 다르게 비친다.

밀레니엄 파크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수조 원에 이르는 직간접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베를린 도심에는 무릎 높이부터 4.7m 높이까지 다양한 콘크리트 기둥 2711개가 늘어서 있다.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다. 이름이나 날짜 등 어느 것도 기록돼 있지 않은 이 기둥은 도심 지름길로 활용되는 등 도시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엄숙함을 느끼고 희생당한 유대인과 인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한다. 감상자가 장소와 주변의 환경을 경험하고, 작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장소의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영국 런던의 템스 강 남쪽에 위치한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가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20년 동안 용도 폐기된 흉물스러운 공간이 영국인들의 자부심을 높여주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

이는 낡음과 새로움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적 문화적 요소를 더했을 때 도시 경쟁력과 이미지가 바뀔 수 있음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예술을 통한 창의적 공간은 도시의 아름다움과 품격을 높이며,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 공공 디자인은 삶의 질적 가치와 도시 전체의 가치 창출을 이끌어내는 인간 중심의 창조 산업인 것이다. 공공의 공간은 문화와 예술이 꿈꾸는 디자인 유토피아다.

이 용 규 삼성디자인학교(SADI) 기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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