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내년 1월부터 일반의약품 겉포장에 표시되는 정보의 종류와 양을 대폭 늘릴 예정이지만 정작 ‘국민의 알 권리는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일반의약품의 겉포장에는 효능, 성분뿐 아니라 내부 설명서에 기재된 모든 사항을 다 표시해야 한다. 겉포장에 나온 정보만으로는 올바른 의약품 선택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의약품 기재사항을 전부 외부 포장에 표시하도록 올 1월 약사법 시행규칙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이 시행규칙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약 상자 6개 면 중 제품명을 넣는 2, 3개 면을 제외한 나머지 3, 4개 면에 내부 설명서에 있는 내용을 모두 기재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설사 기재한다고 해도 글씨가 너무 작아 맨눈으로는 식별하기 힘들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의약품에 대한 모든 설명을 겉포장에 넣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시행규칙대로 하지 않으면 제품을 팔 수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소비자도 “지금 겉포장에 쓰인 글씨도 작은데 더 깨알 같은 글씨로 표시되면 어떻게 읽겠느냐”고 말했다. 약품 설명을 철저하게 하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성을 따지지 않고 법을 개정한 데 대해 답답하다는 반응이었다.
최근 한국제약협회는 의약품 겉포장에 꼭 필요한 부작용, 금기사항 등 선별적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해 달라고 식약청에 요청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개선 방향을 모색 중이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어 고민”이라며 “법 개정 말고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밝혔다.
별다른 개선책이 없는 한 내년 1월 1일부터 소비자들은 약국에서 돋보기를 대야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글자가 빽빽이 들어찬 약 상자를 보게 될 것이다.
정부의 현실성 없는 정책 때문에 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 정보에서 소비자가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김윤종 교육생활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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