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정권에선 박연차 씨 같은 사람 안 나와야

  • 입력 2008년 12월 6일 03시 00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를 권력형 비리 혐의로 구속한 검찰의 수사 초점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로 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박 회장에 대한 수사는 노 전 대통령의 측근 기업인으로서 그의 불법 비자금 조성과 실세 정치인들과의 유착관계를 캐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박 회장의 혐의는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직전 미공개 정보로 178억 원의 주식 시세차익 실현,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의 헐값 매입 의혹, 500억 원대의 소득세 및 법인세 탈루 등이다. 그는 정대근(구속 수감) 전 농협회장에게 휴켐스 인수 대가로 20억 원을 건넨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박 회장이 차명거래 등 각종 위법을 동원해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 그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 수사의 진척에 따라선 노무현 정권 최대의 권력형 비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노 정권 시절 박 회장의 호가호위(狐假虎威)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정권 초기부터 부산지역 기관장 모임에 단골로 나타나면서 이목을 끌었다. 2003년, 2007년 둘째 딸과 셋째 딸 결혼식 때는 전직 총리들과 실세 의원 등 정관계의 거물급 인사들과 대기업 총수들을 포함해 1000명 이상의 하객이 몰렸다. 셋째 딸은 대통령 비서실에 특채되기도 했다. 작년 12월에는 국내 항공기 내에서 음주 난동을 부려 그제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모든 행태는 대통령 형제의 위세를 믿고 기업인으로서 정상 궤도를 일탈한 탓이다.

그는 두 차례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前歷)이 있다. 2002년 대선 직전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 씨에게 7억 원을, 2006년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 의원 20여 명에게 300만∼500만 원씩을 후원했다. 요즘 정치권 주변에선 ‘박연차 리스트’가 나돌아 여야 정치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의 비자금 및 정치자금 의혹을 속속들이 파헤쳐 기업과 정치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이명박 정부 사람들도 ‘박연차’ 같은 사람이 등장하지 않도록 거듭 자중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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