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회의실은 아수라장이었다. 여야 의원 보좌관들은 회의장 점거를 위해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급기야 민주당 보좌관들이 회의장 진입을 위해 출입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법안을 심의하고 내년도 나라 살림살이를 여야가 논의해야 할 자리는 난장판이 됐다.
그럼에도 현장에 있던 의원 10여 명은 이를 묵인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민생 문제는 여야의 감정싸움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는 새해 예산안을 12일 처리하기로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씁쓸함을 떨칠 수 없었다. 정기국회 내내 민주당(83석)은 한나라당(172석)의 국회 운영에 번번이 딴죽을 걸었다. 한나라당 또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민주당은 헌법이 정한 예산처리 시한(12월 2일) 하루 전까지 “이렇게 중요한 예산을 어떻게 빨리 처리하느냐”며 팔짱만 끼고 있었다. 민주당은 그동안 상임위별 소위원회 구성을 거부하면서 예산심사를 지연시킨 장본인이다. 40조 원 안팎의 예산을 심의하는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달 단 한 차례도 예산심사를 하지 않았다.
이런 행태를 어떤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까. 민주당이 예산액 최종 조정 작업에 불참을 선언한 뒤 ‘모든 상임위 거부’라는 극약 처방을 쓴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예산안 처리 지연의 최대 피해자는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아니던가.
한나라당도 요령부득이긴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최악의 경제상황을 타개한다는 명분 아래 ‘9일 예산처리’에 집착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을 설득하기 위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경제위기 상황에서 1분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민생을 팽개친 채 싸움질만 한 여야 의원들에게 정기국회 100일 동안 국민은 안중(眼中)에도 없었다.
김승련 정치부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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