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6일자 A1·5면 참조
그동안 기아차 노조는 두 방식에 대해 거부감을 보여 왔습니다. 공식적으로는 근로자의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내심 공장별로 결속력을 다지는 자동차 회사의 노조 특성이 약화되는 ‘내부 분열’을 두려워한 측면이 컸습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자동차 판매가 격감하면서 기아차 노조도 기존 방침을 고수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당장 근로자 지갑을 상당 부분 채워주던 잔업과 특근이 판매 부진으로 줄어들면서 조만간 감원(減員)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된 탓이죠.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 노동 강도가 웬 말이냐?”, “안 잘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환위기 시절 고생했던 것을 벌써 잊었느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결국 강성(强性)으로 통하던 기아차 노조도 이런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던지 사측 제안을 전격 수용했습니다. 경위야 어쨌든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같은 날 현대차에서는 다른 ‘풍경’이 나타났습니다. 가동률이 떨어지는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일손이 모자라는 생산라인으로 보내는 ‘전환 배치’를 놓고 일부 공장 근로자들이 반발한 것이죠. 이들은 현재 잔업과 주말특근 등을 통해 봉급을 많이 받는 상황에서 다른 공장 근로자에게 일감을 나눠 주는 것에 부정적이라고 합니다.
현대차 노사 모두 ‘여유’를 부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아차에 이은 또 다른 ‘결단’을 기대해 봅니다.
송진흡 산업부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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