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車 노조의 ‘한국 탓’ 어처구니없다

  • 입력 2008년 12월 8일 03시 03분


전미자동차노조(UAW) 론 게틀핑거 위원장이 금융지원을 요청하는 청문회에서 한국 자동차 시장과 차 업계를 맹비난했다. “한국은 미국에 66만9000대를 수출하는데 미국은 5000대만 (한국에) 수출한다. 어떻게 이런 나라와 경쟁하겠느냐”는 그의 발언은 미 전역에 생중계됐다. 그는 9월 말에는 “한국이 미국보다 수입 관세가 높아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서 제일 잘나가는 차는 일본차다. 지난해 미국 내 일본차 시장점유율은 사상 최고인 28.6%에 달했다. 게틀핑거 위원장의 발언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격이다. 그는 UAW의 잘못을 감추고 구제금융을 받으려는 생각에서 한국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수입관세 발언도 사실과 다르다. 승용차 관세는 한국 8%, 미국 2.5%이지만 트럭은 한국 10%, 미국은 25%나 된다. 더구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한국은 모든 차종에 대해 무관세지만 미국은 배기량 3000cc 이하만 무관세다.

게틀핑거 위원장의 발언은 빅3 자동차회사와 노조에 대한 미국 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호도해 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미 의원들도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구제금융은 이제 의미가 없다. 한두 업체는 망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포브스닷컴은 “‘빅3’의 어려움은 악마 같은 노조에 영혼을 판 결과”라고 UAW를 비판했다.

UAW는 조합원 46만 명의 단결력을 바탕으로 회사를 압박해 퇴직자와 가족들의 건강보험료를 챙겨주고 비아그라까지 제공하는 호강을 누렸다. 회사가 망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제발 좀 살려 달라”고 애원하고 있지만 미국민 반응은 싸늘하다.

UAW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올해 들어서만 10차례 파업을 했다. 세계 자동차 업계의 위기상황 속에서도 잉여인력 전환배치를 둘러싸고 노노(勞勞)마찰을 빚고 있다. 한 지붕 밑에 있는 기아차 지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실천의지를 담은 합의문을 사측과 함께 작성하고 물량 재배치와 생산라인 유연화에 합의했다.

회사가 쓰러지고 나면 노조가 무슨 소용인가. 나중에 UAW처럼 남 탓을 해본들 때는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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