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공무원은 부패했다”는데 정부 답해보라

  • 입력 2008년 12월 8일 03시 03분


주한 외국인 가운데 절반가량이 한국 공무원에 대해 ‘부패’ 판정을 내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주한 외국공관, 상공회의소, 외국인 투자업체에 근무하는 외국인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5%가 ‘한국 공무원은 부패했다’고 답변했다. 공무원의 부패가 ‘기업 활동에 심각한 저해가 된다’고 대답한 사람은 58%나 된다.

이번 조사는 외국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외국인들은 동료나 가까운 사람들의 경험(19.8%), 부패 관련 사건이나 실태 목격(12.9%), 직접 경험(10.9%)으로 한국 공무원의 부패 수준을 판정했다. 막연한 추정이 아니라 공무원과 직접 부닥치는 외국인의 체험적 고발이라는 점에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굳이 외국인의 판단을 빌리지 않더라도 공직의 부패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전직 대통령 친형의 구속을 비롯해 관계 정계 경제계 등 온갖 분야에서 추문이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장이 아파트를 뇌물로 받는가 하면, 농협회장은 돈을 받아 챙긴 뒤 자회사를 헐값에 매각하고 증권회사를 비싼 값에 사주었다. 이러한 사건들도 한국 공직자에 대한 외국인과 외국 기관의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은 국제투명성기구(TI) 부패인식지수(CPI) 조사에서 매년 40위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자 세계 13위의 경제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어른들의 부패가 심하다 보니 자라나는 세대에 미치는 악영항도 심각하다. 얼마 전 한국투명성기구가 중고교생 1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7.7%가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10억 원을 벌 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공직사회가 투명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유치에도 방해가 된다. 세계은행(World Bank) 은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최대 장애 요인으로 부패 관행과 후진적 제도를 꼽는다. 우리도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해 하루빨리 오명을 벗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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