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천정배 씨 등 옛 열린우리당 출신들이 이달 2일 발족시킨 민주연대는 공동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원장 조직위원장 대변인 지역위원장까지 두고 있다. 사실상 ‘당내 당(黨內 黨)’ 같은 존재다. 그들이 개혁대상으로 삼았던 과거 야당의 계보정치를 뺨친다. 정동영계도 참여하고 있다. 모두 ‘정통 야당 50년 역사상 최악의 선거참패’를 자초한 장본인들인 데도 민심의 흐름을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다.
민주연대는 조직을 만들자마자 ‘민주 대 독재’ 전선 구축과 ‘반(反)이명박 연대’를 외치고 있다. 독재정권과 싸우던 1970, 80년대식 선명야당 투쟁을 벌이자는 얘기다. 유례없는 경제위기를 맞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국민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민주연대의 행적을 살펴보면 ‘서민생활안정기금 30조 원 확보’ 운운하는 주장도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여야가 간신히 합의를 마치자 30조 원 보따리를 들이미는 것은 판을 깨자는 것밖에는 안 된다. 당권투쟁의 명분을 쌓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세균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정국을 이른바 ‘민주 대 독재’의 구도로 몰아붙이려는 구태가 아닌가 싶다.
정치적 배경을 접어두고라도 30조 원 주장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경제 살리기에 앞서 당장 내년 위기를 넘기는 데도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할지 모른다. 게다가 총액을 정해 나눠주기 식으로 쓰다 보면 노무현 정부가 걸었던 ‘눈 먼 복지’의 전철을 되밟을 가능성이 높다.
정 대표는 민주연대와 일부시민단체에서 “당 지도부가 한나라당에 항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무척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다. 그러나 정 대표는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지도부의 위기 차원을 넘어서 민주당 전체의 위기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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