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고삐풀린 돈… 스태그플레이션 경계하라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상품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내년은 ‘은’에 투자할 때”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올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푼 돈의 영향으로 내년 이후에 강력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확률이 높고, 그로 인해 상품시장의 강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은’일까? 인플레이션이 오면 가치보존재인 부동산, 금, 석유, 곡물 등의 상품가격이 오르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짐 로저스는 부동산은 이미 거품 붕괴 과정에 있어 반등하기 어렵고, 석유는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가 가격 상승 요인을 상쇄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투자에 매력적인 상품은 금과 은 그리고 곡물 정도라는 것이다.

이 중에서 금은 각국 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자체 보유한 금을 매각할 확률이 높아 금 공급이 늘면서 금값이 크게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은 공급 요인이 적어 상당한 폭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한 1900년대 중반 이후 은의 ‘화폐’로서의 기능을 금과 지폐가 뺏어갔지만, 이제 은의 가치교환 기능이 주목받을 때가 됐다는 짐 로저스의 기발한 상상력도 그의 판단에 한몫했다.

물론 짐 로저스의 예상을 믿고 당장 은이나 상품시장에 투자하거나, 금이냐 은이냐 곡물이냐를 두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 역시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다가 최근 몇 년간 상품투자에서 얻었던 이익의 상당 부분을 중국 시장에서 잃어버렸다.

또 최근 상품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도 커 ‘상품투자의 귀재’라는 명성도 빛이 바랬으므로 내년 이후 경제에 대한 그의 전망에 지나친 기대를 해선 안 된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가 던진 ‘인플레이션’이라는 화두다. 미국에서만 현재까지 약 3조 달러 수준의 유동성이 직접 금융의 형태로 공급됐다. 금리는 조만간 거의 ‘제로(0)’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즉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통화팽창 정책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댐의 수문이 열리지 않으니, 물이 댐을 넘치게 하자는 것.

이런 상황 때문에 지금 ‘디플레이션 공포’를 이야기하는 것은 난센스일지도 모른다. 즉 일시적으로 강력하게 발생한 경기위축으로 가격 하락은 잠깐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실체 없는 ‘R(recession·불경기)’의 공포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확률을 더욱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인이 자산을 투자할 때뿐만 아니라 정부가 정책 방향을 정할 때도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지적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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