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로운 수출드라이브 모델 창출할 때다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세계에서 11번째로 4000억 달러(약 592조 원)를 돌파했다. 연간 수출 1억 달러를 1964년에 달성했으니 44년 만에 4000배가 넘게 성장한 셈이다. 수출액이 1000억 달러(1995년)에서 4000억 달러가 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13년으로 우리보다 먼저 4000억 달러 고지를 밟은 선진국 평균(17.2년)보다 4년 이상 짧다. 열악한 여건의 산업 현장에서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 세계시장 곳곳을 누비며 ‘메이드 인 코리아’를 파는 데 청춘을 바친 수출역군들의 땀과 눈물이 이뤄낸 성과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밀어붙인 수출드라이브는 재원 배분의 편중 같은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려놓는 발판 역할을 했다. 자원도, 원천기술도 없던 처지에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는 국부(國富) 증대의 종잣돈 구실을 톡톡히 했다. 세계 금융, 경제위기의 와중에서 우리 경제가 이나마 버티는 것도 수출 덕분이다.

그러나 눈앞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내년 수출 여건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동반 경제침체로 2001년 이후 최악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자국(自國) 산업의 보호를 위해 자동차 반도체 같은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을 대상으로 보호무역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년 수출 목표가 5000억 달러라지만 이런 추세라면 수출 증가율은 올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년간 세계 경기의 호황 덕택에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수출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다소 약해진 게 사실이다. 우리처럼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인 나라는 수출이 생존과 번영의 필수조건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새로운 경제 환경에 맞춰 보호무역의 파고를 뛰어넘을 수 있는 수출 촉진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의 수출 제품은 신발 섬유 같은 노동집약형 저가제품에서 선박 휴대전화 반도체 같은 첨단 중화학공업제품으로 고도화했다. 수출 증진책도 한 차원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정부는 수출금융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신규 유망 수출품목 발굴, 틈새시장 개척 같은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