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업은 세 가지 유형으로 추진되는데 전공 또는 학과 신설로 새로운 학문 분야를 여는 유형1, 해외 학자와의 협력연구를 강조하는 유형2,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해외 석학의 단기 초빙으로 구성되는 유형3을 말한다.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올해 66개 대학이 477개의 과제를 신청했다. 신청금액은 4833억 원에 이른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여러 이유로 논란이 일어나는 점은 역설적이다. WCU 육성사업에 제기되는 문제점으로는 향후 5년간 8250억 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3개월이라는 너무 짧은 기간의 준비 및 신청, 2개월 동안 진행된 논문 5만여 편에 대한 양 위주의 평가, 무원칙적인 선정 평가 방식을 들 수 있다. 연구기반 확충보다는 저명 외국인 교수를 확보해 순위 끌어올리기에 치중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WCU 육성사업이 밝힌 연구비 지원 체제로 볼 때 과연 세계적인 학자가 한국에 올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연간 지원액 1650억 원으로 국가지정연구실(NRL) 800개를 선정해 지원하는 방안이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같이 WCU 육성사업은 선정 과정부터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CU 육성사업이 상당한 명분을 갖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의 연구수준이 선진국에 근접해 있고 일부 분야는 세계를 선도할 위치에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추격형’ 연구에서 ‘선도형’ 연구로 체질을 개선하고 세계적인 연구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제화를 통한 질적 성장 추구가 필요하다.
외국의 석학과 함께 연구 역량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세계의 우수 인력을 확보해 국내 대학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WCU 육성사업은 마땅히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 더 나아가 지속적인 연구를 뒷받침할 인프라 구축, 우수 대학원생 유치 및 지원, 박사 후 연구원에 대한 지원을 통해 연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면 단기간의 집중적인 투자로 국내 기초과학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선진일류국가를 향한 과학기술 기본계획(577 Initiative)에서 밝힌 바와 같이 2012년까지 총연구개발 투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확대하며 이 중에서 기초원천연구의 비중을 50%로 확대하기로 했다.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돼 대학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 더욱 확대된다면 지금의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수 있다. 특히 WCU 육성사업에서 지원받지 못한 학문영역도 타 사업을 통해 지원한다면 다른 대학이나 연구자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WCU 육성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선정 대학을 협약체결에서부터 종합평가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선정된 과제라도 협약 체결부터 신청서와 다를 경우 취소하고 사업 추진 이행실적이 부진하면 사업비 중단 및 회수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종섭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