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시장에서 붙여준 이름에서 짐작하듯 세상인심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예쁜 생선도 많은데 하필 용모가 출중하지 못한 놈들로 골랐다는 건 아무래도 많은 사람의 심사가 편치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사실 파생상품이 등장하면서 투자 세계에는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시장이 올라가든 떨어지든 항상 일정 비율의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기관투자가는 하락장에서 포트폴리오를 보호할 장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럴 때 선물을 매도해 실물 주식 하락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선물은 너무 단순하다. 그야말로 홀짝 게임이다. 그래서 옵션이란 상품이 개발됐다. 다 같이 지수를 기초로 하지만 가격대가 다양하고 가끔 횡재수가 발생한다. 여기에 개별주식 옵션이란 것이 나오고 급기야 모든 자산을 기초로 다양한 상품이 개발됐다.
좋은 취지에서 개발된 파생상품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투기성이 더해졌다.
우선 파생상품은 신용공여비율이 높다. 증거금의 6배를 베팅할 수 있기 때문에 5%만 수익이 나도 원금의 30%를 벌 수 있다. 반대의 경우 순식간에 원금이 날아간다. 한국인의 ‘타짜 본능’ 때문인지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거래 규모에서 세계 2위를 자랑한다.
외국의 경우 파생시장 참여자의 90%는 전문 기관투자가이지만 우리는 개인투자자가 많다. 이런 가운데 큰판이 벌어졌다고 소문이나 외국인까지 합세했다.
파생시장은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가 돈을 벌면 누군가가 돈을 잃는다. 주가가 오르면 시장 참여자 모두가 돈을 버는 주식시장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파생시장에서 큰돈을 번 사람들은 누군가의 불행의 대가로 전리품을 획득한 냉혹한 전사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정면승부 세계의 승자들이다.
한때 10만 해커를 양성해 세계 정보시장을 점령하자는 말도 있었다. 아닌 말로 우리 파생시장에서 100만 전문가를 키워 언젠가 세계 파생시장을 휩쓸면 수출 4000억 달러보다 더 짭짤하게 돈을 벌어들이지 않을까. 어려운 시장에 웃자고 하는 얘기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