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책]‘프로선수 도박’ 수사 차분히 지켜보자

  • 입력 2008년 12월 12일 03시 01분


몇몇 프로야구 선수가 인터넷 도박을 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한다는 얘기가 알려져 지난 며칠간 야구계가 뒤숭숭했습니다.

인터넷 매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야구계 발칵’ ‘도박 스캔들’ ‘줄소환 예정’ 등의 제목으로 기사화했고 이 중 일부는 2004년에 있었던 병역 비리 사건까지 거론하며 4년 만에 야구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썼습니다. 당시 병역 비리 사건은 95명의 선수가 연루돼 구속자만 수십 명이 나온 그야말로 ‘사건’이었습니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로 송금한 흔적이 발견돼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16명의 선수에 누가 포함돼 있는지를 다룬 기사 중에는 용감무쌍하게 사실상 실명이나 다름없는 보도를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해당 언론사는 이런 기사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뒤늦게나마 알았는지 지금은 홈페이지에서 이 기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선수들이 돈은 많은데 쓸 곳이 없으니 도박에 손을 댄다는 다소 황당한 해석도 있었고 팬의 사랑을 먹고사는 공인인 프로야구 선수가 어떻게 억대의 상습 도박을 할 수가 있느냐는 훈계조의 글도 봤습니다.

특정 선수가 집중적으로 거론되자 “언론에서 관심 갖는 그 선수는 명단에 없다”며 검찰이 다소 이례적인 설명까지 했습니다.

불법 인터넷 도박을 한 선수를 감싸고 싶지는 않습니다. 범죄 혐의가 있다면 검찰이 수사해 밝힐 것입니다. 일부 언론의 지적처럼 프로야구 선수가 팬의 사랑을 먹고사는 공인이라면 그들의 명예도 중요합니다.

검찰은 범죄 혐의자를 조사하고, 그래서 죄가 있다면 재판에 부쳐 처벌받게 해 국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곳입니다. 그런 검찰이 그저께 “16명 모두를 입건해 조사하지는 않는다. 일부만 조사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부’라고 썼지만 좀 더 정확히 하자면 검찰은 ‘극소수’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고 합니다. “수사 대상도 아닌 선수 이름이 거론되는데 굉장히 위험하다.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닌 나머지 선수가 도박을 했는지는 프라이버시 문제이기 때문에 소속 구단에도 통보하지 않기로 했다.”

야구계가 발칵 뒤집힐 일은 아닌 듯합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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