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비핵화 2단계인 북핵 불능화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과제로 넘겨지게 됐다. 그러나 검증의정서조차 마련되지 않음으로써 내년 1월 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진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2단계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3단계인 핵물질 폐기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에 북핵 문제 해결은 그만큼 어렵게 됐다. 한반도 정세도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다.
예상했던 대로 북한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부보다는 오바마의 민주당과 협상하기를 원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면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북으로선 일괄 타결을 선호하는 민주당 정부와 거래하는 것이 쉽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착각이다. 오바마 측은 이미 ‘북핵 불용(不容)’의 원칙을 천명했다. ‘단호하고도 직접적인(tough and direct)’ 접근에서 방점은 ‘단호하고도’에 찍혀 있다. 1993년 1차 핵 위기 때 북의 핵시설을 겨냥해 정밀폭격을 계획했던 것도 민주당 정부였다.
더욱이 북한은 자신들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준 미국 정부의 선의를 저버렸다. 북은 이날 회담에 앞서 미 국무부가 “북을 테러지원국으로 재(再)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 데 주목해야 한다. 약속을 밥 먹듯 뒤집는 북은 민주당 정부와 협상도 시작하기 전에 정체를 스스로 드러내 보였다. 그 결과가 북에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의 이런 행태를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면 6자회담이 무력화되면서 북핵은 기정사실화돼 동북아의 비핵화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보다 효과적인 수단으로 북을 압박해야 한다. 북핵이 용인되면 이란의 핵도 막지 못한다. 채찍도 들 때는 들어야 한다. 한국의 좌파들도 끝내 핵보유국이 되고 말겠다는 북 앞에서 언제까지 ‘우리 민족끼리’를 되뇔지 이제는 자문해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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