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불운이 행운으로 바뀌었다. 가발과 발모제 회사에서 광고 출연을 제의했다. 직장에 안 나가고 권투 연습에 매진한 덕에 2007년 슈퍼페더급 일본 랭킹 12위에 올랐다. 광고 출연으로 인연을 맺은 발모제를 열심히 발라 머리카락도 자랐다. 7월 한국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주인공 배용준을 본뜬 ‘용사마 가발’을 쓰고 링에 올라 11연승을 거뒀다. 위기 속에서도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고 일(권투)에 몰두한 것이 인생 역전의 비결이었다.
▷‘깊은 강’ ‘침묵’ 같은 종교소설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는 “갑작스러운 불행이 닥쳤을 때, 역(逆)발상을 통해 뭔가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라”고 조언한다. 한 청년이 그를 찾아와 “말주변이 없어서 왕따를 당한다”고 호소했다. 엔도는 “자기 말을 못하면 남의 말을 잘 듣는 재주로 역전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얼마 후 청년은 “회사 생활도 원만해지고 친구도 많이 생겼다”며 기뻐했다. 어느 곳에서나 번지르르하게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남의 마음을 더 얻는다.
▷필리핀 출신 근로자 발야(31) 씨는 경기 용인시의 부품 공장에서 일하다 외환은행 마닐라 지점 은행원으로 변신했다. 하나은행 이서원(33) 씨는 아르바이트로 입사해 과장까지 승진한 경우다. 이 씨는 “하찮은 자리에서도 성실하고 친절하게 일하면 고객과 동료가 모두 내 편이 된다”고 말했다. 인생을 바꿀 ‘한 방’은 로또가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불행을 행운으로 만들 수 있다는 역발상에서 나온다. “인생에서 헛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좌절 실패 질병 속에서도 한 오라기의 가능성을 찾아내 구체화할 수 있는 ‘생각의 힘’만 있다면 과거의 손해도 이익으로 역전된다.”(엔도)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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