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보호 더 노력해야
대대적인 인권유린을 경험하고 나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에 세계인의 합의하에 유엔이 창립되어 1948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문을 선포했다. 개별 국가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국제법적인 보호와 국제 연대적 감시체계를 확립하게 되었으므로 세계인권선언에는 그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세계 모든 사람의 인권을 차별 없이 귀하게 여기자는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된 이래 선언문에 나오는 표현과 정신은 한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의 헌법 등 국내법으로 수용되었다. 이제 세계인권선언의 내용은 대부분이 국제관습법으로 인정되기에 이르렀고 오늘날 인권은 일국의 문명도를 측정하는 기준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본래 인권이라 함은 지식의 유무, 재물의 부귀빈천, 정신작용 능력의 높낮이, 공동체에의 기여도, 학벌이나 출신을 떠나, 오로지 사람이기 때문에 가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자유와 평등, 복지 등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압축성장 과정에서 국민이 온몸으로 체득한 권리의식과 인권 감수성에 따라 보통사람까지도 헌법상의 기본적 인권은 물론 경제 교육 건강 환경 등 삶의 질과 품격에 관한 다면적 인권 문제에 눈뜨게 됐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전후한 여러 사건이 한국의 인권상황을 한 단계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인권운동사적으로 보면 지난 시절 반독재 민주화투쟁 시대의 ‘저항이념적 인권운동’과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최근의 ‘소수자 인권운동’에 더하여 국민 다수를 위한 실용적 ‘생활인권운동’으로 새로운 시대적 물꼬가 트이고 있다. 인권의 개념이 넓어지면서 국민 개개인에게 피부로 와 닿는 문제로 인식되는 현상은 매우 바람직하다.
따라서 그간 일부 편향된 목소리로 인해 인권 과잉 내지 인권 피로 현상이 나타나고는 있으나 품격 있는 선진국가의 길목에 선 우리 사회에서는 인권에 대한 의식과 실천이 여전히 소중하다. 인간의 보편적 권리인 인권 개념을 입체적으로 인식하여 다양한 인권 스펙트럼을 수용하고 해석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때다. 인권을 추상적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고 구체적이면서 실제적인 과제로 보자는 얘기다.
새로운 구성원에 따뜻한 관심을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편입돼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서 사는 외국 이주여성, 그리고 그들의 자녀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또 자립에 지장을 받는 장애인의 인권, 어리기 때문에 저항도 못한 채 학대나 폭력에 시달리는 아동의 인권, 고령사회 속의 노인 인권, 북한 주민 및 국내외 북한 이탈 주민의 인권에 대해서도 많이 토론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수자와 약자, 억압받는 시민의 인권을 보호함과 동시에 사이버상에서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누리꾼, 기업의 부도덕한 행위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 환경 파괴와 오염의 영향을 받는 시민의 인권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다. 보통사람이 일상에서 부닥치는 문제와 관련해서 작은 인권이라도 유린되지 않도록 절차적, 실체적 정의를 구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와 기업과 시민단체가 고민해야 한다.
이상석 변호사·대한변협 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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