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잘라 비용을 줄이려 하지 말고, 비용을 줄여 직원을 살려라(Cut cost to save jobs, don't cut jobs to save cost).” 글로벌 인사관리(HR) 컨설팅 펌인 왓슨와이어트의 인사조직 컨설팅 사업부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대표인 러셀 헌팅턴 씨는 11일 서울 중구 서울프라자호텔에서 가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한 외국 신문에 나온 기사의 제목을 또박또박 읊었다. 헌팅턴 대표는 “기업은 불황이라고 해서 일선 직원을 해고하기보다 임원들 스스로 자신의 보너스나 급여를 줄여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이 낫다”며 “특히 아시아 기업들은 사회문화적으로 이 방식이 비교적 잘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적극 이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헌팅턴 대표는 왓슨와이어트의 호주 멜버른, 싱가포르, 스위스 취리히, 영국 런던 지사 등에서 보상전문 컨설턴트로 일했으며 왓슨와이어트 아태 및 유럽지역 전략적 보상사업부의 대표를 지낸 바 있다. 》
침체기일수록 동기부여 고려한 보상전략이 필요
핵심인력 키우고 보너스 성과별 차등 지급 바람직
한국기업 ‘직급중심’서 ‘직무중심’체제로 바꿔야
○ 핵심 인재를 지켜라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로 인력 감축을 검토하거나 내년 임금인상률을 애초 계획보다 줄이는 기업이 많다. 왓슨와이어트가 지난달 발표한 ‘2009년 임금 동향 및 경제·노동시장 전망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국내의 99개 기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개 기업이 ‘기존 계획보다 임금인상률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경기침체기일수록 기업의 수익성뿐 아니라 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까지 고려한 보상전략이 절실하다.
헌팅턴 대표는 “불황기 보상전략을 세울 때 조직의 고성과자나 핵심 인재가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핵심 인재들과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합니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개선되면 핵심 인재들에게 더 좋은 미래가 오고 그들의 경력도 상당히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려야 합니다. 결국 기업이 명심해야 할 것은 핵심 인재를 지키는 것(Keep your best people)입니다.”
헌팅턴 대표는 “이 과정에서 인재들로부터 불황기에도 기업을 먹여 살릴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결국 창의성의 발현은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직원에게 돌아갈 보너스의 파이가 작아진 상황에서 이를 평등하게 쪼개 나눠주기보다는 보너스의 파이가 작을수록 성과별로 차등화해 고성과자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보너스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때 “직원들 간의 인간관계와 동기부여의 측면을 고려해 보너스의 성과별 차등 지급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는 게 좋다”고 헌팅턴 대표는 덧붙였다.
인력 구조조정에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헌팅턴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 외환위기 때 많은 기업이 ‘자르기 쉬운’ 젊은 인력을 줄이고 덜 생산적인 인력을 회사에 남기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호황기가 왔을 때 기업들은 부랴부랴 새로운 인재들을 데려오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느라 더 큰 고생을 했다는 것.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도 단순한 직급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해외 선진 기업들처럼 직무 중심 체제를 이뤄야 한다는 게 헌팅턴 대표의 조언이다.
“직무 중심 체제 아래서는 조직에 ‘묻어가는’ 직원이 아니라 책임을 지고 자기 고유의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 인재를 키울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경력개발 역시 직무에 맞춰 설계해야 하죠. 이렇게 되면 직원 개개인이 맡은 직무의 성과를 측정하기가 쉬워지므로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사뿐 아니라 동료나 부하로부터 평가를 받는 제도도 필요합니다.”
○ 영어만 잘해선 ‘글로벌 인재’ 될 수 없어
아태지역 각국의 인재관리에도 전문지식을 가진 헌팅턴 대표는 한국의 기업들이 진정한 ‘글로벌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 가운데 ‘글로벌 기업’을 표방한 기업은 많지만 정작 ‘글로벌 인재’에 대해 고민하는 기업은 적은 편이다.
헌팅턴 대표는 “통상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인재’라고 하면 ‘영어를 잘하는 대기업 직원’ 정도로만 인식하는 것 같다”며 “영어는 당연히 잘해야 하고, 자국에서뿐 아니라 해외 어느 나라에 가도 조직원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야 진정한 글로벌 인재”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 나가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타 문화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이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헌팅턴 대표는 “한국 기업의 임원들 중에 직급과 호봉으로 잘 짜인 연공서열 구조의 한국 기업에서는 일을 잘하다가도 해외에 나가면 다른 조직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다른 나라와 기업의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종 그가 글로벌 HR 관련 행사에 가면 한국 기업의 임원들이 ‘꼭 영어를 비즈니스 언어로 써야 하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그는 “사실 한국인들의 인식과 달리 소니, 닛산, 도요타, 파나소닉 등 잘나가는 일본 기업들은 임원층에서부터 영어를 상용화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려면 임원진이 유창하게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의 인재를 성공적으로 채용하려면 해외에 나가서 자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라고 그는 조언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