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東문화원 하나 지탱 못하는 나라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2시 58분


이슬람권 국가들과의 문화교류를 위해 인천에 세워진 중동(中東)문화원이 개원 1년 만에 폐쇄될 것이라고 한다. 인천시는 중동문화원을 내년에 글로벌센터로 개편하기 위해 문을 닫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중동과의 인적 경제적 교류가 급증하는데도 문화적 교류가 미흡한 현실에서 중동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여 양측 간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중동문화원이 설립됐다. 더욱이 아시아경기 유치 활동을 펴던 안상수 인천시장이 중동 국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앞장서 설립을 제안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중동 자본을 유치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었다. 그런데 아시아경기를 유치하고 나서 이를 폐쇄하는 것은 국가 간 예의에 비추어 보더라도 부적절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관계 당국자들은 무엇보다도 중동문화원을 폐쇄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계가 중동문화원에 대한 시의 예산 지원에 불만을 표시한 직후 폐쇄 절차가 시작됐다는 항간의 소문을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 이런 이야기가 나도는 것만으로도 종교 간 평화, 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국가 간 외교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인천시는 개화기에 서양 문물과 함께 기독교가 일찍 들어와 뿌리를 내린 곳이다. 이런 지역적 특성 때문에 중동문화원 폐쇄 결정이 종교적 오해를 사기 쉽다. 올해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의 마찰에서 드러났듯이 종교적 편향성은 국가 발전의 장애요소다. 싱가포르나 중국 상하이 같은 국제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이 다른 종교와 문화에 대한 열린 자세를 보여줘야만 중동 국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를 성공리에 치를 수 있다.

중동문화원 폐쇄는 외교적 마찰까지 부를 조짐을 보인다. 중동 국가들이 인천에서 개최되는 국제행사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며 외교통상부에 항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시아경기를 계기로 아시아의 경제 무역 중심지로 도약하려는 인천의 발전계획도 자칫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중동문화원 하나 지탱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글로벌시대의 다(多)문화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인천시는 지금이라도 중동문화원 폐쇄를 재고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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