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위기의 극복은 전교조 자체의 합법화 투쟁과 더불어 당시 교육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이 보여주었던 전교조에 대한 사랑과 지지가 힘의 원천이 되어 가능했다. 경쟁을 통해 남을 이기는 입시 기계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인격체를 길러내는 교육혁신을 위해 전교조가 보였던 교육운동의 순수성이 당시 사회 전반에 걸쳐 공유되었음을 지금도 기억한다.
일방적 의사전달 방식 안통해
두 번째 위기의 극복도 이 같은 사회적 지지를 통해 가능할 수 있을까. 전교조가 초심을 향해 다시 태어난다는 의지와 노력 없이는 어려울 것 같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국민에게 현 전교조는 교육운동의 순수함보다는 정치와 노동운동의 강한 이미지로 존재한다. 따라서 참교육 실천을 위한 교육혁신 운동의 중추로서 전교조에 대한 국민의 애정과 지지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외국의 경우처럼 한낱 교원노동단체로서 소속 교원의 이권 대변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제14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진후 당선자에게 앞으로 전교조의 발전적 변화와 관련해 많은 기대를 해본다. 앞으로 당선자는 전교조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외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전교조의 현 위기 극복을 넘어서 새로운 출발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학생의 학습행복권을 지향하는 전교조의 새 출발을 기대하는 한 사람으로서 정진후 당선자에게 몇 가지 고언을 전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혁신을 위한 중요한 변화의 한 축으로서 교원평가제 도입에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교원평가는 교원의 자율성을 위축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보다는 교원의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촉진하는 교육적 의도를 더 많이 담고 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교사 근무평정제도 폐지와 교장임용제도 개선을 전제로 한 교원평가제 도입 가능성에 대한 당선자의 언급은 전교조 수장으로서의 입장은 이해되지만 학교교육의 질적 수월성 확보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비추어 볼 때 받아들이기에 미흡한 자기변명처럼 들린다.
둘째, 일방적 의사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육주체를 대상으로 한 설득적 의사교환이 필요하다. 최근 전교조가 보여준 투쟁 일변도의 의사전달 방식은 의미의 순수성을 떠나 전교조가 제안하는 모든 주장에 더는 국민이 귀 기울이지 않는 한 이유가 되고 있다. 투쟁 중심의 의사전달 방식으로는 단절된 외딴 섬에 자기 자신을 가두는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
엄격한 교직의식 회복해야
셋째, 전교조가 소속 교원의 엄격한 교직의식을 회복하는 데 지금보다 더 많은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얼마 전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와 관련해 어느 전교조 교사의 불미스러운 행동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또한 교사들이 전교조에 가입하는 주된 이유가 학교에서 사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호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같은 사례가 전교조 교사들을 대표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교육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교원단체로서 전교조가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엄격한 자체 교직의식을 갖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학교별 전교조 교사 명단이 공개되어 사회적 뉴스가 된 적이 있다. 만일 지금의 전교조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교원단체라면 명단 공개가 무슨 당황스러운 일이겠는가! 초기 전교조 때처럼 떳떳하게 참교육 배지를 가슴에 달고 학교에서 생활하는 전교조 소속 교사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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