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른바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대부분의 우리 근로자는 쉬는 날이 매년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하는, 그야말로 그해의 월력에 따라 운에 맡기는 일이 반복된다.
어느 국가, 어느 사회나 법이 있고 제도가 있는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가능한 한 불가측성(不可測性)을 줄여서 국민의 삶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치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우리 삶의 주변에서 이런 불합리성을 줄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 유럽 선진국 등 대부분의 OECD 국가는 법정공휴일이 주말(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치면 월요일 또는 금요일을 대체휴일로 만들어 쉬도록 한다. 미국처럼 일부 법정 공휴일을 월요일로 못 박아 두는 경우도 있다.
일본은 법정 공휴일이 15일 안팎으로 가변성이 있다. 예컨대 월요일과 수요일이 공휴일이면 화요일은 국민휴일이라 해서 덤으로 하루 더 쉬게 하는 제도가 있다. 일본에는 한국인이 볼 때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공휴일도 많다. 섬나라이기 때문에 ‘바다의 날’(7월 20일)이 있는 건 그렇다고 하더라도 춘분(3월 20일) 추분(9월 23일)이 공휴일이고 ‘성인의 날’(1월 12일), ‘체육의 날’(10월 12일)에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비슷한 ‘근로 감사의 날’(11월 23일)까지 만들어 쉬고 있다.
새로 나온 2009년 캘린더에 의하면 일본 국민은 법정 공휴일 15일을 주중에 쉬고 공휴일 사이의 징검다리 평일인 ‘국민휴일’까지 더 보태서 16일을 모두 주중에 쉬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일벌레’로 소문난 일본의 실상이다.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연간 근로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2261시간·2007년 OECD 통계연보)이다. 따라서 일본(연간 근로시간 1808시간)이나 구미 선진국처럼 대체휴일제도를 도입해도 무방하다. 국민 대다수의 생활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이제 우리도 대체공휴일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제비 뽑듯이 연말마다 근로자가 휴일 수에 일희일비하는 진풍경은 더는 보이지 말아야 하겠다. 차제에 정부는 법정 공휴일도 조정해서 민족 최대의 유산인 ‘한글의 날’과 ‘한식날’은 반드시 쉬도록 함으로써 전통과 뿌리가 있는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를 심어 줄 필요가 있다.
대체공휴일 도입은 그동안 적잖은 물의를 빚은 바 있는 쌀 소득보전 직불금 문제나 유류환급금 부정 수령 사례, 또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비판을 듣는 종합부동산세 환급 등 일부 감세정책보다도 근로자 절대다수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는 국민 통합적 조치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법정 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따르게 되어 있으므로 국회의 법률개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부가 바로 조정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 외국의 사례를 감안해 하루빨리 재조정해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경수 명지대 교수·일본 게이오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