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해법은 비록 단기적인 충격을 감수하더라도 파산을 통해 기존의 부실 구조를 완전히 털어버린 후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런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 전미자동차노조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집권한 정부라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 정부가 최종적으로 자동차 3사를 모두 지원해 회생시키는 안을 선택하면 어떻게 될까.
예상되는 첫 번째 문제는 자동차산업이 ‘늪에 빠진 코끼리’처럼 지속적으로 가라앉아 버리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과 함께 자동차 3사의 구조조정 의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고 노조는 양보하려 들지 않으면서 결국 미국 차 산업은 이후의 경기 회복과는 상관없이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
둘째, 정부가 다른 분야의 지원 요구에 거부할 명분이 없어진다. 특히 이번 위기의 핵심이 된 주택업체와 건설업체에서 당장 지원 요청이 쇄도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서비스 분야는 고용 유지를 내세워 강력한 지원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견딜 재간이 없어진다.
또 일각에서 말하는 자동차 회사의 매각은 매우 어렵다. 지금 미국 자동차 회사는 마치 거대한 암세포와 같아서 어떤 기업도 정상적인 판단으로는 인수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인수설이 나오는 중국 자동차 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풋백 옵션’을 통해 향후 발생할 부실에 대해 원매자가 책임진다는 조항이 붙지 않는 한 인수할 기업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중국 기업이 인수를 제의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외환위기 때 대우자동차에 대해 포드가 실사만 하다가 결국 포기한 것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설령 중국이 정치적 목적에서 인수를 결정한다 해도 미국의 여론이 자동차 빅3를 잠재적 적국인 중국에 매각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자동차 3사는 결국 파산으로 가는 수순이 예정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 한국은 여기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할까. 지금 한국이 미 자동차 3사의 회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 자동차 회사들은 앞으로도 미국 경제에 계속 걸림돌로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미국에서 들려오는 지원안이 호재가 아니라 중장기적 악재라고 인식해야 한다. 오히려 언젠가 들려 올 파산 소식이 경기침체라는 터널의 끝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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