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는 삼성이 연맹을 맡은 1997년부터 한국육상이 침체하고 있는 원인이 삼성 출신 인사들이 연맹을 장악해 독단적인 행정을 펼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회장을 비롯해 실무 부회장, 총무이사까지 삼성 출신이 진을 치고 전무이사와 경기담당 부회장만 육상인으로 앉혀 사실상 모든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회계 등 재정에 있어서는 철저한 ‘밀실 행정’으로 육상인들을 무시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연맹은 육상인들의 의견은 항상 중시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을 충족시킬 순 없다고 맞서고 있다.
사실 육상인들은 당초 삼성이 연맹을 맡는다는 소식에 큰 박수를 보냈다. 세계적인 기업이니 육상 발전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 12년간 육상 발전에 적극적인 투자 없이 연간 약 12억 원에서 15억 원의 출연금만 내는 것으로 그쳤다. 이런 가운데 역대 올림픽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딴 한국의 대표 종목인 마라톤에서 12년간 단 하나의 올림픽 메달도 나오지 않자 육상인들의 불만이 쌓여 왔다.
물론 투자만 많이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연맹은 육상 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연맹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맞아 문화체육관광부가 많은 돈을 지원하자 그때서야 경기력 향상과 저변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장 육상인들이 이번에 움직인 이유도 연맹의 이런 기회주의적인 모습 때문이다. 하지만 육상인들도 이번 심포지엄에서 막무가내식 비판보다는 문제점을 적시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골이 더 깊어져 오히려 육상 발전을 해칠 수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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