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신은 기하학자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수학을 찬미했다. 수학이란 학문이 갖는 추상적 사고와 명징한 논리는 인류문명 건설의 토대가 됐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돌 두 개와 양 두 마리에서 2라는 공통점을 알게 됐을 때 문명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수학은 장막 뒤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 금융, 정보기술(IT), 마케팅 등 많은 분야에서 수학이 활용된다.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파생상품도 수학자들이 고안했다.
▷수학이 까다롭고 비실용적 학문으로 인식되면서 교과과정에서 외면받기 시작한 것은 비극이다. 2001년 초당적 기구였던 미국안보위원회는 국가안보의 두 번째 위협요소로 ‘수학교육 소홀’을 들었다. 첫 번째 위협은 테러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전 회장은 2007년 미 의회 청문회에서 다른 나라에서라도 수학과 과학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 미국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이츠는 중퇴했지만 하버드대를 다닐 때 수학을 전공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12년 대학입시부터 고교 인문계 학생들이 치르는 수학시험에도 미적분과 통계를 넣기로 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좋은 결정이다. 지금 중장년 세대는 인문계도 미적분을 배웠는데 요즘은 자연계조차 선택하지 않으면 안 배운다고 한다. 홍익대 박경미 교수는 미적분을 ‘수학의 맥가이버’라고 이름 붙였다. 우주이론에서 원자의 움직임까지, 일기예보에서 물가지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수학의 힘’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안다면 수학교육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의 수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는 ‘수학은 학문의 여왕’이라 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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