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악재보다 호재에 민감한 ‘바닥통과’ 시점 왔다

  • 입력 2008년 12월 18일 02시 59분


미국 증시의 최근 흐름이 매우 견고해졌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악재에는 둔감해지고 호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형적인 바닥 다지기 패턴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사기극이라고 하는 ‘매도프 스캔들’이 터져 전 세계 금융회사들의 대규모 손실이 예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주가는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이런 악재들이 터졌을 경우 주가는 폭락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의 이번 금리 인하는 파격적이다. 어차피 내릴 금리를 찔끔 찔끔 인하하던 그동안의 방식을 깨고 한꺼번에 다 내려버린 것이다. 사실 금리 인하 방식이 좀 더 공격적이고 신속해야 한다는 조언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계속 주장해온 것이다. 그러한 조언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번에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FRB의 제로금리 선언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미 국채로만 몰리던 돈의 흐름이 주식시장이나 회사채 시장으로 물꼬가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들이 제로금리로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니 신용경색이 해소되고 대출의 여유가 생길 것이고 모기지 금리도 떨어질 것이다. 채권 금리가 떨어지니 상대적으로 주식 투자 매력이 커졌다.

둘째, 좀 더 중요한 이유는 ‘달러의 약세 전환’이다. 달러 가치는 8월 이후 11월까지 30% 가까이 수직 상승한 후에 한 달간 고점을 형성했고 최근 2주 동안 고점 대비 10% 하락했다. 추세 전환의 모습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달러의 추세가 반환점을 돌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으며 주요 외환 전문가들도 “달러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은행들의 신용경색이 해소 단계에 진입했고 금리 인하로 인한 달러 약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이다. 이것은 또한 주식시장이 바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의 미국 증시 흐름과 달러 흐름 간의 상관관계는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이후 증시가 바닥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03년도 당시와 흡사한 모습이다. 그때도 금리가 1%까지 떨어졌고 금리 인하 효과로 인해 달러가 약세 추세로 전환하면서 증시가 바닥을 탈출하는 반등 랠리를 펼쳤다.

달러 약세 전환을 두고 벌써부터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얼간이’들이 있다. 이는 마치 죽은 고양이가 살아나기도 전에 살아나서 너무 날뛰면 어쩔까를 걱정하는 꼴이다.

지금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때이지 아직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지금 같은 심각한 경기후퇴기에 약간의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경기 치료에 좋은 약이 된다.

모든 자산가치가 급격히 하락해 가계나 기업의 자산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채 부담이 엄청나게 커지고 재무 건전성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약간의 인플레이션으로 자산가치가 회복된다면 기업과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높아지고 소비 여력을 회복시키는 긍정적인 효과에 시각을 맞추어야 한다.

박춘호 이토마토 경제연구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