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 정부 중추조직끼리 서로 정보독점을 탓하느라 바쁘다. 통화신용 정책을 맡은 한국은행은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실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를 귀동냥도 못했다. 한은은 올해 금감원에 자료 1158건을 요청해 80%인 927건만 제공받았다고 불평한다. 정식 업무라인이 아니라 학연 같은 사적 관계를 통해 자료를 구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는 실정이다. 국토해양부는 건설사 PF 대출실태 같은 자료를 미분양대책 발표 사흘 전에야 겨우 얻어 볼 수 있었다.
경제부처의 맏형 격인 재정부도 10월 금융위가 마련 중이던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방안을 신문을 보고 뒤늦게 알았을 지경이다. 재정부는 금융위가 은행 부실 전망 같은 자료를 보여주지 않아 금융구조조정에 필요한 예산액 추정도 못했다고 한다. 금융위는 금융위대로 재정부가 자신들의 자료를 공유하기를 기피한다고 불만이다. 금감원은 외환위기 대응을 위해 한은에 금융사별 외환거래 자료를 요청했지만 관련법에 어긋나고 외환감독부처인 재정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심지어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에도 툭하면 감정싸움이 벌어지는 판이니 정부 꼴이 말이 아니다.
부처와 기관들이 권한 및 영역 다툼, 책임 떠넘기기로 기(氣)싸움을 벌일 만큼 한가한 국면인가. 경제위기가 언제 어떻게 증폭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느 부처도 혼자서는 금융 외환 실물부문의 문제점을 모두 짚어내 종합처방을 낼 수 없다. 신속 과감한 위기대응을 위해 각 부처가 정보를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상호 교환해도 힘겨울 판이다. 관련법규가 이를 막고 있다면 즉각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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