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도로상의 예산 낭비 폐단을 바로잡겠다며 도로법 시행령에 2년으로 규정된 ‘보도 굴착 통제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는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거리 개선사업에 따라 새로 조성되는 보도만 해당될 뿐 일반 보도는 대상에서 빠져 있어 ‘반쪽짜리 조치’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시공의 정밀도를 높이고 자재를 고급화하면 5년이 아니라 10년 이상도 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행령에 굴착 통제기간을 명문화하고 대상도 전체 도로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옳다.
‘남는 예산 펑펑 쓰기’는 정부의 예산 일탈을 감시해야 할 국회에서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국회에선 의원들이 주최하는 갖가지 명목의 토론회와 공청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북새통을 이룬다. 2005년부터 의원 1인당 3000만 원씩 지급돼온 ‘정책개발비’를 타내려면 어떤 행사든 일단 연 뒤에 관련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광경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매년 예산안 심사를 끝내고 관행처럼 즐긴 ‘위로성 해외출장’을 올해는 안 가기로 한 것은 그나마 잘한 일이다. 예산안 심의와 계수조정은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다. 당연히 해야 할 직무를 하고서는 무슨 국가공훈이라도 세운 양 외국에 놀러가 달러를 낭비하는 게 정상일 수 없다. 이와 유사한 관행을 모두 찾아내 없애야 한다.
주위를 살펴보면 정부 부처, 사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 가릴 것 없이 이런 식으로 새는 세금이 한두 푼이 아니다. 불용액만 모두 아껴도 국민의 세금부담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예산안을 한 줄 한 줄씩, 한 장 한 장씩 들여다보며 낭비성 정부 지출을 줄여가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의 공무원과 정치인들은 왜 이런 약속을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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