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사자 영역 뛰어든 호랑이의 ‘최후’

  • 입력 2008년 12월 18일 02시 59분


17일 전북 전주시 전주동물원에서 암컷 호랑이(아래)의 목을 물어 죽인 수컷 사자 ‘청이’. 전주=연합뉴스
17일 전북 전주시 전주동물원에서 암컷 호랑이(아래)의 목을 물어 죽인 수컷 사자 ‘청이’. 전주=연합뉴스
전주동물원서 물려 죽어

17일 오후 3시 40분경 전북 전주시 덕진동 전주동물원에서 암컷 호랑이가 수컷 사자에게 목이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주동물원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사육사가 던져준 생닭 먹이를 받아먹으려던 사자 ‘청이’가 중심을 잃으면서 관람객을 맹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파놓은 방사장 앞 깊이 5m, 폭 10여 m의 구덩이에 빠지자 바로 옆 방사장에 있던 호랑이 ‘호비’가 구덩이에 뛰어들면서 일어났다.

구덩이에 빠져 있던 사자는 호랑이가 뛰어내려 오자 곧바로 불안정하게 착지한 호랑이의 목을 물었다. 호랑이가 숨진 뒤에도 10여 분 동안 계속 물고 있었다고 동물원 관계자는 밝혔다.

동물원 측은 뜨거운 물을 뿌려 사자를 떼어 놓았고 유도로를 통해 사자를 우리 안으로 몰아넣었다.

숨진 호랑이는 2006년 청주동물원에서 들여온 6년생 시베리아 호랑이. 2007년 서울대공원에서 들여온 5년생 수사자 ‘청이’는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자는 110kg이고 암호랑이는 100kg가량으로 사자가 조금 덩치가 큰 편이었다. 호랑이 사체는 전북대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전주동물원 사육팀 함현승 씨는 “호랑이가 사자의 영역 안에 있는 구덩이에 뛰어드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며 “사자가 호랑이의 급소를 먼저 물어 제압당한 호랑이가 호흡곤란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주동물원은 숨진 호랑이를 전북대에 학술연구용으로 기증할 방침이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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