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현장과 통하며 ‘긍정적 위기감’부터 심어라

  • 입력 2008년 12월 20일 02시 58분


■ 전문가가 제시하는 ‘조직문화 업그레이드’ 성공법

단계 추진땐 곧바로 제자리… 다양한 변화 한번에 시행을

삼성-닛산, 직원 감성 자극해 효과… 희생엔 보상 따라야

《흔치 않지만 일부 기업은 지속적으로 우월한 성과를 낸다. 많은 경영학 연구자는 경기변동, 산업구조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큰 성과를 내는 기업의 공통점으로 우수한 조직 문화를 꼽고 있다. 따라서 변화 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기업은 드물다. 다음 주 발간 예정인 동아비즈니스리뷰 24호는 경제위기를 조직 문화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며 급진적 변화를 위한 실전형 솔루션을 제시했다. 최고 전문가들이 제시한 조직 문화 변화 방법론을 사례와 함께 간추린다.》

○ 조직 변화의 오해와 진실

많은 기업이 조직 문화 변화를 위해 비전을 먼저 수립한다. 하지만 비전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조직 구성원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2년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조직 문화 변화에 성공한 현대오일뱅크나 KT파워텔은 비전을 만들기에 앞서 최고경영자(CEO)가 전국을 돌며 직원들을 만나 회사가 처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경영 현황에 대해 막연한 지식만 갖고 있던 직원들은 이를 계기로 위기의식과 긴박감을 갖게 됐으며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1990년대 들어 적자의 늪에 빠진 IBM을 구한 루이스 거스너 CEO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전략 전문가였지만 무려 1년 동안이나 회사의 비전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취임 후 전 세계 IBM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시장을 파악하며 변화를 추진할 인재를 모으는 일에 주력했다.

조직 문화 변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다. 조직 내 반발이나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고통을 줄이겠다고 점진적으로 변화를 진행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인원 조정을 할 때 한 달에 몇 명씩 계속 감원한다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내가 언제 포함될지 몰라 불안해할 것이다. 일시에 피를 흘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또 조직은 하나의 시스템이다. 여러 요소가 맞물려 돌아간다. 하나를 바꾸면 다른 부분이 저항해서 바꿔 놓은 요소가 원점으로 되돌아가곤 한다. 사람을 바꾸면 시스템이나 제도가 저항하고 시스템을 바꾸면 사람이 저항한다.

실제 2002년부터 조직 변화에 나선 현대오일뱅크는 성과주의 인사제도 도입, 보고 체제 개편, 권한의 하부 위임, 액션 러닝(action learning)이란 경영 혁신 기법 도입, 강력한 윤리경영 실행 등 다양한 변화를 한꺼번에 추진했다.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조직 변화를 추진하자 천천히 가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하지만 변화 속도를 늦추거나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작은 변화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에 성과를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조직 변화 방법론

조직이 변하려면 직원들은 희망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위기의식만 일방적으로 강조할 경우 직원들이 움츠러들 수 있다. 경영자는 가능성과 희망을 동시에 말해야 한다.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3년 3월 대공황 와중에 가진 취임사에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두려움 그 자체(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라며 미국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또 직원의 감성을 자극해야 한다. 논리적인 숫자만으로는 직원들이 위기의식을 갖기 힘들다. 현장 체험을 실감나게 전하거나 에피소드를 만들어야 한다. 삼성은 신경영을 시작할 때 임원들을 미국에 보내 판매점에서 삼성 제품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목격하게 했다. 도도한 임원들의 코는 납작해졌다. 닛산의 카를로스 곤 사장은 이방인으로서 일본에 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원가절감을 추진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그를 따랐다. 그가 책상에서 도장만 찍은 게 아니라 현장에서 사원들과 얘기했고 누구보다 솔선수범했기 때문이다. 서영태 사장도 ‘사장이 두 번 방문하면 임원은 4번, 팀장은 8번 현장에 가야 한다’는 ‘현장경영 두 배론’을 펴며 직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변화는 통상 회사나 조직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직원이 일방적으로 회사를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저항하게 돼 있다. 열심히 변화에 동참해 봤자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된다면 누가 열심히 하겠는가. 초관리 운동으로 유명한 삼원정공의 경우 과거에 통상 2시간씩 시간 외 작업을 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생산성 향상을 이뤄냈을 경우 이로 인한 이익의 일부를 직원에게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직원들은 열성적으로 이 운동에 참여해 큰 성과를 냈다.

변화의 성과를 직원들과 공유할 때 반드시 금전적인 측면만 고려할 필요는 없다. 월마트 창업자인 샘 월턴은 매출액과 이익 목표를 달성하면 연말에 월스트리트에서 인디언 복장으로 춤을 춘다고 약속했다. 목표가 달성되자 그는 춤을 췄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흐뭇한 마음과 성취감을 보상으로 받았다.

변화를 정착시킨다는 것은 조직원들에게 변화를 하나의 습관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이런 습관이 모여 조직 문화로 승화된다. 따라서 평범한 진리지만 변화의 지속과 반복이 중요하다. GE의 워크아웃 문화는 1988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반복되기 때문에 GE의 문화로 불린다.

변화는 천재나 영웅만이 하는 일이 결코 아니다. 변화의 챔피언들은 사실 평범한 사람들이다. 변화는 엄청난 과학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생활의 지혜다. 다만 위기의식과 희망, 열정과 끈기, 신뢰와 나눔이 요구되는 그런 지혜다. 우리 기업도 이제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했다. 좀 더 지혜로운 변화 관리에 나서길 기대한다.

조영호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choyho@ajou.ac.kr

김남국 기자 march@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4호(2009년 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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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ye on China/중국 알아야 ‘혐한류’ 넘는다

한류가 10년 만에 중국에서 ‘혐(嫌)한류’의 거센 풍랑을 만났다. 중국 소비자들은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한국적 정서를 제품 홍보나 광고에 이용할 때 신중을 기하는 게 좋다. 중국인을 자극하는 이벤트나 행사를 중국 현지에서 대대적으로 여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 정재승의 Money in the Brain/충동구매를 반복하는 이유

세상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지만 인간의 뇌는 생존 자체가 목적이던 원시인류 시절과 똑같은 판단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간이 늘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합리적인 존재이면서도 충동구매를 하고 불합리한 선택을 반복하는 것도 이 ‘사바나 원칙’ 때문이다.

▼ 전쟁과 경영/임란 ‘승려 의병’ 속에 경영법 있다

임진왜란 당시 공주 청련암의 승려 영규가 지휘한 군대는 양반 및 유생 주도의 의병보다 혁혁한 공을 세웠다. 엄격한 규율과 위계질서를 갖춘 승려 조직은 영규 부대의 성공을 이끈 최대 요인이었다. 리더는 자신의 조직이 목적에 맞는 운영 원리, 규율, 훈련체제를 갖추고 있는지를 항상 점검해야 한다.

▼ 회계로 본 세상/기업들 나쁜 실적 왜 미리 알릴까

이론적으로 한 기업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보다 10% 높거나 10% 낮다면 주가 상승폭과 하락폭 역시 비슷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초과했을 때의 주가 상승폭보다 실적이 예측치에 미달했을 때의 주가 하락폭이 훨씬 크다. 이 때문에 현명한 기업들은 실적 발표 전 실적이 좋지 않다는 부정적 정보를 미리 알리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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