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채용정보업체인 인크루트와 공동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경계열 우대를 내건 취업공고는 이달 10일까지 총 7897건으로 지난해(2348건)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취업공고가 총 61만여 건으로 올해(57만 건)보다 4만 건 이상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이에 따라 대졸 신입사원의 상경계 출신 채용비율도 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06년 43%에서 올해 53%로 늘었고 유진투자증권은 2006년 70.4%에서 올해 83.3%로 늘었다. KB투자증권은 지난해 50%에서 올해 57%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기업들이 교육 훈련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기업으로선 당장 실전에 투입할 수 있어 재교육 비용이 적게 드는 상경계 출신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학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서울대 연도별 복수전공 통계 명부’에 따르면 올해 2학기 경영대에 112명(39.3%)이 배정돼 그간 줄곧 1위를 차지해 온 사회대(84명, 29.5%)를 제치고 단과대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1998년 서울대가 복수전공제를 시행한 이후 처음이다. 올해 1, 2학기를 합친 경영학 복수전공자는 총 160명으로 지난해 83명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상경계열의 득세로 소수 학문이 고사(枯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건국대는 히브리·중동학과와 EU문화정보학과를 내년부터 폐지키로 했고, 한양대는 지난해 서울과 지방 캠퍼스의 독문과를 통폐합해 정원을 절반으로 확 줄였다. 반면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들은 글로벌경영, 글로벌금융학과 등을 신설해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까지 보장하고 있다.
대학의 존립 목적 가운데 하나는 ‘학문의 다양성’ 유지다. 대학들이 이처럼 ‘돈이 되는’ 인기학과에만 편중 지원을 한다면 조만간 학문의 다양성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기업도 긴 안목을 갖고 다양한 지적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뽑아야 한다. HP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칼리 피오리나가 “대학에서 전공한 중세사가 CEO로서 내 평생의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됐다”고 고백한 것을 한 귀로 흘려들어선 안 될 것이다.
김상운 사회부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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