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광화문역∼강남역 지하철

  • 입력 2008년 12월 20일 02시 59분


서울 광화문 직장에서 연말 동창 모임이 있는 강남역 근처로 가려던 한 직장인의 에피소드다. 퇴근 후 광화문에서 강남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고 탔는데 아뿔싸, 버스가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선 게 아닌가. 강남역 경유 버스가 아니라 번호가 비슷한 광역직행버스를 잘못 탄 것이다. 밀리고 밀리던 버스는 오후 9시 반이 넘어서야 판교 나들목을 빠져나갔다. 분당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로 가려던 그는 앞이 캄캄했다. 택시는커녕 불빛도 없는 판교 아파트 건설현장에 혼자 내렸던 것이다.

▷퇴근시간대에 서울 강북 도심에서 강남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은 거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택시나 승용차를 이용하면 십중팔구 늦는다. 퇴근시간대 남산 1, 3호 터널 부근은 상습정체 구간이다. 한남대로는 더 끔찍하다. 택시를 탔더라도 신사역에서 내려 전용차로를 달리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지만 3호선, 2호선으로 환승하면 1시간 가까이 걸린다. 강북의 중심인 광화문에서 강남의 중심인 지하철 강남역으로 가는 길은 이처럼 멀고도 험난하다.

▷그래서 광화문∼강남역 11.74km를 11분 만에 주파하는 직행 노선 지하철을 만들자는 제안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포스코건설이 서울시에 제안한 노선은 강남역(2호선)∼신반포역(9호선)∼논현역(7호선)∼신한남∼시청역(1·2호선)∼광화문역(5호선)∼경복궁역(3호선)을 잇는다. 공사 구간은 짧고 다른 노선과의 환승역이 많아 강남북을 오가는 많은 교통량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지하철은 순환 노선인 2호선을 중심으로 3, 4호선이 X자 모양으로 건설됐고 이어 신규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5∼8호선이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굴곡 노선이 대부분이고 강북의 도심과 강남의 도심을 연결하는 직행 노선이 없다. 이 노선이 생기면 2010년 완공 예정인 신분당선(정자역 출발)과 강남역이 연결돼 분당에서 서울시청역까지 28분이면 도달한다. 버스전용차로 시행으로 주차장이 되다시피 한 경부고속도로 상습정체도 완화될 것이고 분당 수지 광교 등 신도시 주민의 서울 도심 진입도 수월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대전만큼이나 심리적으로 먼 강남북의 거리도 훨씬 가까워지리라.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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