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성호]‘학력평가 거부’ 전교조 논리의 허구성

  • 입력 2008년 12월 20일 02시 59분


전교조 서울지부가 23일 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도교육청 학력평가를 조직적으로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명분은 평가의 결과로 학교가 서열화된다는 것인데 시험에 의한 평가는 비교육적 경쟁과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그들 특유의 논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필자는 그런 명분과 논리의 허구성을 지적함과 아울러 전교조가 교육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주기를 촉구하고자 한다.

평가의 당위성으로부터 출발하자. 사실 평가는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평가는 학생의 학습활동을 동기화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교사가 열심히 가르쳐도 학생들이 공부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실을 보기 어려운데 학생을 공부하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가 평가이다. 현실적인 평가의 도구로 시험보다 나은 대안은 없다. 쉽게 말해 많은 학생은 시험이 있으니까 공부를 한다.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이 학생을 동기화하듯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시험은 개별 학교와 교사를 동기화한다. 이뿐 아니다. 이 같은 평가는 교사의 책무성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그러기에 많은 선진국에서는 정기적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학력평가를 실시한다.

전교조는 이 평가를 학교 서열화의 도구라고 비방한다. 그러나 평가를 통해 낙후된 학교를 가려내고 문제점을 파악함은 물론 이들에 대한 차등 지원으로 학교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학교 간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부정하는 태도야말로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기만이다.

둘째, 평가는 교육의 결과를 점검하고 진단한다. 교육은 부단한 자기점검을 통해서만 향상될 수 있다. 즉, 학교와 교사에 의해 설정된 교육목표가 제대로 달성되고 있는가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한데 이런 확인을 가능케 하는 것이 평가이다. 23일 실시하는 평가의 성격도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가 의도한 교육목표를 어느 정도 성취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때 교육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부언하건대 평가를 통한 점검이 선행되지 않는 한 교육개혁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이를 거부할 것인가. 우리의 국방력을 점검하기 위해 군에서 단위부대별 전투력 측정을 실시하는데 일부 지휘관이 ‘측정은 경쟁심을 조장하고 경쟁심은 군의 단결을 저해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이를 거부하는 사태를 상상할 수 있는가.

끝으로 ‘경쟁=비교육적+사교육’이라는 전교조의 등식을 비판하고자 한다. 과열된 경쟁은 물론 비인간적이고 비교육적이다. 따라서 필자는 무한 경쟁이라는 용어를 경계한다. 자칫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결과주의로 곡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절한 경쟁이 학습동기를 강화한다는 것은 교육의 기본이다. 좋은 교사는 학생을 동기화해 스스로의 학습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경쟁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또 교사 스스로가 좋은 경쟁의 귀감이 되어야 한다.

사교육의 조장을 문제 삼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식의 논리이다. 문제의 근원은 경쟁이 아니라 학교 교육의 질이다. 학교에서 교사가 잘 가르치면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 참교육을 구가하던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전교조에 당부한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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