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팬들은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월드컵 4강 신화를 안겨줬듯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카펠로(사진) 감독이 잉글랜드 대표팀을 확 바꿔주기를 원하고 있다.
만약 카펠로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결승까지 오른다면 잉글랜드는 그에게 섬 하나는 떼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효과는 벌써 시작됐다. 카펠로는 잉글랜드의 ‘독이 든 성배’를 매년 600만 파운드(약 120억 원)의 연봉에 받아들이는 순간 성적 부진에 대한 분석 및 해결에 나섰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는 월드컵을 1966년 홈에서 딱 한 번 제패했다. 카펠로가 왔을 때 잉글랜드는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본선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왜 그랬을까. 카펠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는 영어보다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스와힐리어는 물론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같이 한국어를 쓰는 선수가 더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프리미어리그는 10명 중 6명이 외국 선수다. 그래도 카펠로는 스티브 제라드(리버풀)가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고 프랭크 램퍼드(첼시)가 많은 골을 넣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존 테리(첼시)는 경기를 주도하는 스타일이고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왕성한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오 월컷(아스널)은 ‘단거리 제왕’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같은 스피드를 타고 났다. 하지만 마이클 오언(뉴캐슬 유나이티드)은 체력 관리를 잘 못하고 데이비드 베컴(LA 갤럭시)은 과거같이 그라운드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 부진의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카펠로가 영어를 배우면 배울수록 그는 명성과 스타성을 버리고 팀원으로서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카펠로는 “내가 처음 왔을 때 왜 같은 선수들이 팀에선 잘하고 대표팀에선 못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경기를 한 뒤 나는 선수들의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젠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랬다. 카펠로는 월드컵 예선에서 4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지난해 패했던 크로아티아를 잡았고 베를린 원정에선 독일도 꺾었다.
카펠로는 기본을 중시한다. 그는 오래된 이탈리아식 훈련법을 쓴다. 옷 입는 법이며 대표팀에 들어왔을 때 행동 양식까지 일일이 제시한다. 다이어트도 엄격하게 시켜 선수 부인들이 가방에 과자를 몰래 넣어주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카펠로는 언제나 미소를 띠며 자기가 보지 못한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히딩크같이 도시에서 떨어진, 마치 ‘감옥 같은’ 훈련소에 선수들을 몰아넣고 훈련할 수도 없지만 팀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카펠로는 “결국 심리적인 문제다. 하지만 훌륭한 심리학자가 있어도 선수들이 변변치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선수들의 정신상태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지만 먼저 선수들이 뛰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카펠로는 잉글랜드를 맡은 지 1년 만에 눈에 띌 정도로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카펠로는 37명의 선수를 뽑았다. 게이브리얼 아그본나호르와 애슐리 영, 제임스 밀너(이상 애스턴 빌라) 같은 신예도 발굴했다. 월컷과 숀 라이트필립스(맨체스터 시티), 데이비드 벤틀리, 에런 레넌(이상 토트넘)은 모두 사이드 공격수다. 이들은 건강하고 신선하고 젊다. 무엇보다 베컴보다 빠르다.
아직 이들을 치켜세우긴 이르다. 하지만 카펠로가 구세대를 청산하고 새 잉글랜드 대표팀을 만들고 있다. 그의 임무는 히딩크가 6년 전 대한민국을 바꿨던 것과 똑같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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