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종무]세계에너지총회 성공개최 ‘낙하산 인사’

  • 입력 2008년 12월 22일 02시 58분


지난달 3일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된 세계에너지협의회(WEC·World Energy Council) 연차총회에서 에너지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에너지총회를 한국이 경쟁국을 제치고 대구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총회에는 각국 정상 및 에너지 장관, 글로벌 에너지기업의 최고경영자(CEO), 학계 인사 등 에너지 전문가가 참석하며 에너지 박람회를 동시에 개최한다. 이전 대회에 비춰 볼 때 직접 경제효과만도 5000억 원을 상회한다. 한국이 세계 에너지 분야의 중심 국가로 올라서는 부수적 효과까지 감안하면 수십, 수백 배의 보이지 않는 결실이 기대된다.

WEC는 1924년 결성된 에너지 민간 국제기구로 현재 94개국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에너지 생산국과 소비국,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망라되어 범세계적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에너지 분야의 유엔이라 불린다. 협회는 회원국으로부터 입수한 각국의 에너지 문제를 종합해 검토한 후 총회를 거쳐 실제 에너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한다. 그런 면에서 3년에 한 번 개최하는 세계에너지총회는 에너지 관련 세계 최고 권위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13년 총회의 대구 유치는 세계 에너지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일로 세계적 에너지 문제에 한국이 종속변수가 아니라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입지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총회를 계기로 한국이 설정한 의제하에 세계의 에너지 문제를 조망하는 장이 마련되고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에너지 관련 회의가 계속되므로 세계 저명 에너지 인사의 연이은 방한이 예상된다. 이를 통해 파생될 인적 네트워크 형성의 간접 효과는 가늠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얼마 전 정부가 천명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또한 WEC의 방향과 부합하므로 대구 총회 개최를 계기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렇듯 막중한 세계적 행사를 준비하는 데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례에 따라 한국은 차기 2010년 몬트리올 총회 폐막식에서 2013년 대구 총회의 얼개를 공개하며 세계 에너지 리더를 초청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를 감안하면 총회 준비는 5년이 아니라 2년이 남은 셈이다. 조속히 조직위원회를 꾸리고 준비에 박차를 가해도 에너지 불모지인 한국이 에너지 선진국의 수준을 쉽게 뛰어넘기가 힘들다.

과거 우리는 이런 국가적 행사의 조직위원장에 낙하산 인사를 앉혀 세계적 망신을 당한 전례가 적지 않았다. 세계에너지총회는 체육행사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치열한 에너지 외교의 전쟁터이자 거대한 지식 교류의 장이다. 에너지에 대해 잘 아는 실무그룹 중심으로 조직위를 구성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또 프로그램 구성부터 연사 초청까지 총지휘를 맡게 될 조직위원장은 WEC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면서 세계 주요 에너지 리더와 네트워크가 가능한 에너지 전문가여야 한다. 대규모 국제행사를 직접 주재 또는 조직해 본 경험과 글로벌 수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기본적인 조건이다.

어렵게 잔칫날을 잡았는데 손님도 가득 차고 상도 푸짐하게 차려야 하지 않을까. 손가락 하나 까딱 않으면서 잔소리만 늘어놓을 시어머니보다는 규모 있고 솜씨 좋은 며느리가 절실하다.

이종무 세계에너지협의회 아태지역 총괄 전 주인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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