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없어 의류업체 구인난
“남들은 불황 때 훌륭한 인재를 뽑는다지만 저희는 4년제 대학 졸업자 찾기가 힘들군요.”
최근 만난 한 중소 의류업체 사장은 “대졸 신입 디자이너를 구한다는 채용 공고를 냈지만 한 달이 다 되어 가도록 이렇다 할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기 불황에 예비 취업생들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지만 정작 국내 패션업계는 ‘디자이너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의상학과 예비 졸업생들이 입학 당시 가졌던 디자이너의 꿈 대신 유통업체의 상품기획자(MD)나 스타일리스트처럼 기존에 나온 패션 제품을 구입해 연출하는 직업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합니다.
왜 의상학도들이 디자이너의 꿈을 저버린 것일까요. 바로 국내 패션업계의 척박한 대우와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입니다. 소위 입사 1, 2년 차의 ‘막내’ 디자이너들이 연일 밤샘근무에 주말 근무를 하고도 한 달에 받는 돈은 50만∼80만 원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패션업계 평균 이직률은 30%에 달합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7년간 디자이너로 일하다 홈쇼핑 MD로 자리를 옮긴 이모(32·여) 씨는 “남들이 말하는 명문대 의상학과에 힘들게 들어가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정작 연봉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며 “옷을 만들 때의 그 짜릿함 때문에 7년을 버텼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사람’ 없이 국내 패션업계가 우리만의 독특한 ‘디자인 컬처’를 배양해 나갈 수 있을까요. 명품 의류로 치장하고 해외 유명 패션잡지를 들춰보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해서 한국을 패션강국이라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젊은 피’ 수혈에 실패한 국내 패션업계의 현실이 좀 안타깝습니다.
정효진 산업부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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