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대표는 국회 운영에서 발언권과 영향력이 큰 자리이다. 이질적인 정치 이념을 지향하는 두 당이 하나의 교섭단체를 구성했다는 것부터 논란거리이지만 3석의 정당이 어떻게 21석의 교섭단체를 맡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창조적 진보’를 표방하는 인사가 정통 보수의 정치이념을 가진 정당이 주축인 교섭단체 대표를 맡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더구나 문 대표는 4월 총선 때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이달 초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 형량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그는 국회를 방패막이로 검찰의 소환 조사에 9차례나 불응하며 노골적으로 법치를 우롱했다. 어느 모로 보나 국회의 교섭단체 대표를 맡기에는 부적절한 인물이다.
이번 기회에 이상한 짝짓기를 조장하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16대 국회 때는 17석의 자민련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민주당 의원 3명이 자민련에 입당하는 초유의 ‘의원 꿔주기’ 편법이 동원됐다.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운영제도개선자문위는 19대 국회부터는 현재 ‘20석 이상’인 구성 요건을 ‘정당 득표율 5% 또는 단일정당 소속 의원 10명 이상’으로 완화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대표성에 문제가 있는 교섭단체에 의존하는 국회 운영 방식이 옳은지도 따져봐야 한다. 국회가 툭하면 난장판으로 변하는 것도 다수결 원칙이 존중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섭단체 원내대표단에 비교섭단체 대표가 포함되고 각 당의 의석수가 반영된 운영위원회를 통해 국회를 꾸려가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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