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모르는 국민이 사라지면서 한걸음 나아가 우리글과 말을 아름답게 가꾸고 바르게 사용하는 일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국어는 그 나라의 정신’이라고 했다. 우리 스스로 국어를 가꿔 나가야 소중한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고,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국민을 길러내며,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도 현실은 딴판이다.
국어를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풍요롭고 아름다워져야 할 말과 글이 조악함과 비속함, 그리고 천박함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든 인터넷 공간은 ‘외계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엉터리 표기가 일상화됐다. 외국어가 무분별하게 판을 치는 바람에 ‘우리말 파괴의 온상’이라는 탄식이 최진실 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악플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증오와 저주를 퍼 나르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학교 과제물을 작성하면서 인터넷에서 쓰는 부정확하고, 뒤틀리고, 자학적인 용어와 표현들을 그대로 적어내고 있다. 우리말의 장래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영방송은 또 다른 막말의 진원지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MBC의 오락성 토크 프로그램 ‘황금어장’은 프로그램별 평균 100회 이상의 비속어와 반말을 내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KBS와 상업방송인 SBS의 6개 프로그램도 시정권고 조치를 받았다. 국민의 전파를 사용하는 영상매체로서 우리말 사랑에 앞장서야 할 지상파방송이 국어 훼손을 주도하고 있는 꼴이다.
언론매체를 통해 시시각각 중계되는 정치인들의 막말 행진은 ‘국회야말로 청소년 유해매체’라는 비아냥 소리가 나올 만큼 공해 수준이다. 우리 사회가 높아진 문해율 통계에 뿌듯해 하기보다는 국어의 근본을 바로잡는 일에 지금부터라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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