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자리에 다 건다면서 핵심규제는 움켜쥐고 있나

  • 입력 2008년 12월 24일 03시 00분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가면 최고 100억 원의 지원금을 받거나 땅을 공짜로 받는다. 그런데 보조금이 영업이익으로 계산돼 최고 27억5000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주었다가 도로 빼앗는 꼴이다. 지방 이전을 하려는 기업들은 세금 철폐를 호소하고 있으나 기획재정부는 ‘모든 보조금에는 세금이 붙는다’며 묵묵부답이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만들어 4월 출범시킨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이 그동안 기업현장의 애로를 듣고 관련 부처에 규제완화를 건의한 670건 중 수용이 거부된 게 절반에 가까운 325건이다. 막연하게 ‘검토해 보겠다’는 것까지 합하면 5건 중 3건꼴로 미해결 상태다. 참여정부 5년 동안 경제단체들이 건의한 규제완화 799건 중 37.3%(298건)만 수용된 것에 비하면 이명박 정부 9개월 동안의 성과치곤 괜찮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정부인 데다, 모든 역량을 일자리 창출에 걸어야 하는 비상 상황임을 감안하면 규제완화의 속도가 더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건물 지을 때 건물주가 시공사와 전기·정보통신 설비회사를 따로 발주토록 한 규제도 건물주의 추가비용 부담이 따르고, 리모델링과 재건축 시 불편하다는 호소가 쏟아지고 있지만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간 의견이 달라 세월만 흘러간다.

2012년부터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폐기물 부담금도 환경단체의 반대로 줄어들 것 같지가 않다. 중소기업(300인 이하)의 경우 현재 1000만 원대인 부담금이 억(億)대로 올라가게 돼 벌써부터 “기업 활동을 아예 할 수 없다”는 탄식이 나온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고용창출의 주체인 기업 활동을 자유롭게 해주는 게 급선무다.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만 제대로 풀어도 내외국인 투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07년 기준 우리나라의 기업규제 종합 순위는 세계 30위다. 창업 등 고용창출과 직결된 분야의 규제 순위는 무려 100위권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 우리의 경제규제 비용은 78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9.2%에 달한다. 획기적인 규제철폐 방안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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