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주인기]기업 구조조정 성공법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요즈음의 경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불황을 넘어서는 느낌이다. 경기 변동은 왜 있을까? 경기 변동은 우리의 과잉반응에서 온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앞으로 더욱 좋아진다고 과잉반응을 하고 또 경기가 나빠지면 나빠지는 대로 과잉반응을 하므로 호황과 불황이 거듭된다는 얘기다. 이런 과잉반응은 인간의 생존 본능에서 나온다고 한다. 원시시대부터 인류는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에 과잉반응하는 법을 배웠고, 이것이 우리의 유전인자 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경기도 호경기와 불경기를 반복한다는 설명이다.

‘혹한기’엔 시장 대신 정부 나서야

경기 변동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경기 변동을 계절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겨울이 추워야 다음 해 여름에 풍년이 든다는 말이 있듯이 호경기 시절에 우후죽순처럼 생겼던 수많은 기업 중 불경기가 닥치면 한계기업은 사라지고 재무구조가 건전하고 좋은 제품을 싸게 만드는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게 된다. 그리하여 다시 호경기가 도래했을 때에 건실한 기업이 더욱 크게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속성상 경기 변동을 피할 수 없다면 이를 적자생존의 자연법칙을 적용하는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 이때 적자를 선택하는 기능을 시장에 맡기는 체제가 시장경제이다. 적자생존의 법칙 속에서 건실하고 경쟁력이 강한 기업이 더욱 튼튼해지고 국제경쟁에서 이겨 국가의 경제 발전을 이끌게 된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는 정부가 불황기에 파산하는 기업을 특별히 돕지는 않는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겪고 있고 앞으로 예견되는 경기는 보통 불황이 아니고 유례없는 경기 혹한기이다. 심지어는 경제빙하기 또는 제2의 경제 공황기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전 세계의 주요 국가가 이런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에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극단의 방법을 동원한다.

우선은 금융기관이 파산하지 않도록 공적자금을 거의 무제한 투입하고 얼어붙은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사회간접자본에 유례없는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11년 전 우리의 금융위기 때는 꿈도 못 꾸었던 일이다. 그렇다고 이번 경제위기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정상적인 불황기에는 시장에 맡겼을 적자생존 기능을 정부가 수행해야 한다. 지금은 사상 유례가 없는 혹한기이므로 시장에 그냥 맡기면 적자생존이 아니라 모든 기업이 파산한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 회생 가능한 기업과 불가능한 기업을 가려내어 불황기에 시장이 수행했던 솎아내는 작업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해야 한다.

기본원칙 갖고 신속-과감하게

인위적으로 하는 만큼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망설이면 안 된다. 다행히 정부는 이번에 우선 건설업과 중소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기업의 자금 흐름의 건전성과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분명하고도 과감하게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평가 잣대로 구조조정을 실시함으로써 시장에 신뢰를 줘야 한다. 구조조정 이후에 건설업과 조선업의 국제경쟁력이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에 구조조정을 제대로 한다면 앞으로 2, 3년 후 경기가 다시 호전됐을 때 우리 건설업과 조선업은 세계 최강의 실력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우뚝 올라서는 데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1970, 80년대에 ‘한강의 기적’을 이뤄 최빈국에서 중진국으로 발전했듯이 이제 경제빙하기를 성공적으로 이겨내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한국의 경제신화’를 우리 모두 합심하여 만들어야 한다.

주인기 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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