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정일]교사가 학생 눈치보는 세상이라니…

  • 입력 2008년 12월 27일 02시 59분


학생을 나무랐다고 학부모가 교실로 뛰어들어 여교사의 머리채를 흔들며 욕설을 퍼붓는다. 초등학교 김모(여) 교사는 수업 중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학생을 나무랐는데 학생이 “×발, 지가 뭔데…”라고 대들었다. 교원평가제를 시범 실시 중인 A초등학교 여교사 이모 씨는 평가표를 받아들고는 펑펑 울었다. 인신공격과 성적 험담으로 가득했던 것이다. 어느 초등학교 여교사는 두 명의 남학생에게 주먹으로 맞아 입술이 찢어졌다. 이쯤 되면 스승은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보스턴 거버너 더머 아카데미. 최초의 미국 유학생인 유길준이 공부했던 이 학교는 1800년대 교무실과 교실 사이 체벌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바이런은 “대영제국의 번영과 영광은 퍼블릭스쿨 회초리 끝에서 시작되었다”고 갈파했다. 지금도 영국 잡화상에서는 체벌용 회초리를 팔며 많은 가정 또한 벽에 회초리를 걸어놓고 있다. 아이들이 점점 거칠어지자 체벌을 금지했던 국가들도 교육적 체벌이라는 조건과 체벌부위를 판례 형식으로 명시하는 등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

‘베이징대를 사랑하고 세상을 근심하며 건전한 인격을 갖추고 학업성적이 좋을 것’. 중국 베이징대의 신입생 선발 방침이다. 두 번째 구절은 본디 ‘세상을 근심하며’가 아니라 ‘부모에게 효도하고 공경하며’였는데 사회와 국가 봉사 쪽으로 개념을 확대했다고 베이징대는 설명한다.

지금 우리나라 공직자 부패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직 대통령 아들과 친형이 구속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계, 관계, 경제계 등 모든 분야에서 추문이 끝없이 터진다. 한국은 국제투명성기구가 실시한 부패인식지수(CPI) 조사에서 매년 40위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아이들의 반부패인식지수가 10점 만점에 6.1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18%가 10억 원을 준다면 10년을 감옥에 가도 좋다고 한다. 무서운 현실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선현의 말씀은 세 살 먹은 아이도 안다. 하지만 이 말이 우리 삶 속에 뿌리내리기는 왜 이리 어려운 것인지! 세상이 이 모양인데 선생이 어찌 얼굴 들고 아이들 앞에 설 수 있을까.

학생 눈치를 보아야 하고 매를 들기는커녕 꾸짖기도 겁나는 세상이다. 정치가 부패하고 선생님이 무너지면 나라는 어찌 될 것인가. 국민적 각성과 대책이 시급하다.

고정일 소설가 동서문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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