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석진]육우가격 폭락, 근본대책 시급하다

  • 입력 2008년 12월 27일 02시 59분


최근 젖소 수송아지를 비육한 육우가격의 폭락으로 육우농가가 파산에 직면해 있으나 정책은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초까지 마리당 50만 원을 호가하던 생후 10일 전후의 육우 수송아지, 300만 원을 호가하던 600kg의 비육우가격이 10일 현재 각각 4만 원과 180만 원대까지 하락했다. 이는 광우병 파동 이후 원산지표시제 실시로 육우고기의 판로가 막혔고 사료가격 폭등 및 대형 할인점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 재개로 비육농가가 육우 송아지 사육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육우산업이 이처럼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나 정부는 지금까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육우 송아지는 낙농의 부산물이므로 원유가격을 통해 송아지 가격의 하락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비육우 또한 시장이 육우고기를 외면하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육우 송아지가 아무리 낙농의 부산물이라 할지라도 출생하여 판매될 때까지의 사육비용은 물론 이를 구입하여 비육한 육우농가가 자가 노임조차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방관하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육우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폐기처분될 수밖에 없다.

육우는 한우와 함께 훌륭한 쇠고기 자원이다. 2007년 현재 국내산 쇠고기 생산의 20% 가까이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우고기는 최근까지 소수의 브랜드육을 제외하면 국내산 쇠고기로서 독자적인 위상을 확립하지 못한 채 둔갑 판매의 ‘주범’으로 인식됐다. 이런 의미에서 정책담당자, 유통업자 및 당사자인 육우농가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에 직면한 육우산업을 구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무너지는 육우산업을 구하기 위해서는 당장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는 육우 송아지와 판로를 상실한 비육우를 대상으로 최소한의 수매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수매한 육우고기는 군납 또는 대북지원 같은 방법으로 해소하고, 송아지는 여건이 호전될 때까지 육가공 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육우 송아지에 대한 ‘송아지 생산안정제’를 도입함과 아울러 비육농가에 대해서도 최소한 자가 노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육우 송아지를 포함한 모든 송아지를 대상으로 송아지 생산안정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비육우에 대해서는 별도의 소득안전장치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육우 송아지가 송아지생산안정제 수혜 대상의 90% 이상을 차지함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신속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육우농가는 육질 향상과 비용절감을, 농협 및 생산자단체는 유통망 확보와 소비 홍보를 통해 육우고기가 중저가에다 안전하며 고품질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유치(幼稚)산업이라 할 수 있는 육우산업은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채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조석진 영남대 식품산업 경영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