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교사, 공공기관 임직원 중에 농축산경영자금과 영어자금을 대출받은 사람이 189명이고 이들에게 대출된 돈만 30억 원이 넘었다. 영어자금의 경우 2002년부터 이런 일이 계속됐는데도 감독 소홀로 회수조차 되지 않았다. 농식품부가 농·수협을 통해 저리로 빌려주는 농축산경영자금과 영어자금은 안정적인 직업 소유자나 농외소득 3000만 원 이상이면 지원받지 못하게 돼 있다.
정부가 대충 흘려버리거나 무자격자에게 돌아간 혈세가 어디 이뿐인가.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의 특별교부금 9446억 원 가운데 교육부 간부들이 모교 방문 격려금으로 생색내는 데 쓴 돈을 비롯해 8229억 원이 엉뚱한 곳에 쓰였다. 연말이면 다음 해 예산이 삭감될까봐 남은 예산을 펑펑 써버리는 관행도 그대로다. 감사원이 지난 정부 5년간 심각한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한 200여 건의 규모만도 10조6000억 원에 달한다.
혈세가 이렇게 새나가는데도 정부는 단호한 대책 하나 내놓은 게 없다. 이 정부는 올해 불필요한 예산 10%를 절감해 경제 살리기에 쓰겠다고 했지만 말뿐이다. 통일부는 예산을 절감했다던 44개 사업 가운데 26개 사업의 예산을 되살렸다. 노동부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 예산을 282억 원 절감하겠다더니 207억 원을 그대로 썼다.
대부분의 부처가 절감한 예산을 경제 살리기와는 거리가 먼 용도에 다시 사용했다. 예산 절감 자체가 ‘실적 만들기’용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는 요즘 ‘일의 속도(速度)’를 유난히 강조하지만 예산 오남용에 대한 특단의 대책은 감감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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