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1년 성과 크지만…
참여재판전담부의 한 부장판사는 최근 연구회에서 올해 참여재판을 직접 담당하면서 국민의 뛰어난 역량과 식견을 확인한 점이 큰 성과라고 말했는데 모두가 공감했다. 국민의 배심원참여도도 높았다. 실제 출석통지를 받은 배심원 출석의무자 중 58%가량이 법정에 출석하여 상당한 출석률을 보이고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살인 상해치사 강도상해 성범죄 등 전체 참여재판의 대상사건 중 8% 정도에서만 피고인이 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그중에서도 실제 참여재판으로 종결된 사건은 60건으로 3%에 미치지 못한다. 시행 첫해에 100∼200건은 참여재판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도 많이 부족하다. 서울지역이 전반적으로 저조한데 특히 서울동부나 북부에는 1건도 없는 등 지역적으로 편중된 점도 문제이다.
이 시점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국민참여재판제도를 왜 도입하였는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으며 일본과 중남미 등 여러 나라에서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하는 세계적 추세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좀 더 중요하게는 판사의 선거제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재판에 대한 불신을 줄이며 국민의 직접경험을 통해 법의식과 법치주의를 확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2008년 호주의 한 연구에 의하면 배심원으로 참여했던 호주 국민은 70% 이상 형사재판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국민은 20% 정도만 공정하다고 응답했다. 남의 말만 듣고 생각하는 것과 직접 재판에 참여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국민참여재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한 해 60건 정도는 턱없이 적다. 적어도 대상사건의 10% 정도, 300건 이상은 안정적으로 참여재판으로 진행돼야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이다.
국민의 상식적 판단 반영되도록
이를 위해 첫째, 국민과 피고인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참여재판을 신청해도 피고인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주지시키며 실제로 그러한 분위기와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올해 60건 중 56건은 하루에 종결됐는데 중범죄 사건을 하루에 끝내는 일은 사실 무리이다. 38건 정도가 오후 7시 이후에 끝났고 8건은 9시 이후에야 마칠 수 있었다. 배심원의 44%가 장시간 재판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답하고, 법원 검찰 변호사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내년에는 하루 반, 이틀 정도의 재판을 늘려 일과시간에 정상적으로 마무리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국민의 호응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둘째, 유무죄에 대한 판단과 형량의 판단이 통합된 현재의 소송절차도 피고인의 신청을 꺼리게 한다. 현재는 유무죄를 판단하기도 전에 피고인의 범행전과가 법관과 배심원에게 제출되어 유죄의 편견이나 선입견을 야기하여 공정한 재판이 침해될 우려가 크다. 배심제를 채택하는 영미에서 전과의 제출은 그 자체로 평결의 파기사유가 된다. 배심원이 유무죄의 판단을 먼저 하고, 유죄인 경우에 한해 형량을 정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피고인의 어려운 가정환경이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소위 감성재판의 염려도 불식시키고 유죄평결 이후에 피해자와 합의할 시간을 주어 피고인의 항소율을 낮추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참여재판의 대상사건을 확대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뿐 아니라 일정한 액수 이상의 사기 횡령 배임 등 화이트칼라범죄에도 확대하여 국민의 상식적 판단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바람직하다.
요즘 경제와 살림살이가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기초를 다지고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일이 필요하다. 국민의 상호신뢰, 재판을 통한 평화적 분쟁해결, 법치주의는 도로나 항만 못지않은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고 경제발전의 전제조건이다. 국민참여재판제도를 통해 우리나라가 이런 사회적 자본을 강화하고 나아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상훈 연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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