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진우]순간의 실수로 평생 후회하는 ‘셀카 동영상’

올해 9월 말 20대 남성 A 씨가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아 고민을 털어놓았다.

“여자 친구와 유학 도중 성관계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제목까지 달려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동영상은 A 씨가 컴퓨터 저장장치를 버리는 과정에서 유출돼 P2P(개인 간 파일공유) 사이트 등을 거치며 여기저기 퍼진 것으로 드러났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40대 초반 여성 B 씨도 최근 “내 성관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봤다”며 울먹였다. 확인 결과 성인사이트에서 일명 ‘경상도 사나이’로 불리는 중년 남성이 B 씨를 찍은 것이었다. 이 남성은 여성 수십 명을 꾀어 동영상을 찍고 성인사이트 등에 팔아 이득을 챙겨 오다 얼마 전 경찰에 수배돼 현재 캐나다로 도피 중이다.

최근 일반인들의 성관계 장면을 찍은 셀프카메라(일명 ‘셀카’)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누드 사진이나 성관계 동영상 등을 올려 공유하는 한 유명사이트 가입자는 5년 전 43만 명에서 최근 200만 명까지 늘었다.

‘셀카’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는 것은 주로 성인사이트 등에 팔아 이득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 최근엔 이성과 헤어진 것에 앙심을 품고 인터넷에 유출하거나 컴퓨터 관리 소홀 등으로 유출되는 경우도 많다.

한번 올려진 동영상은 급속도로 퍼져 나가지만 유포자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힘들다.

대법원에 따르면 음란 동영상 유포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2006년 490명, 2007년 497명, 2008년 8월 말까지 211명. 그러나 1심에서 실형을 받은 경우는 2006년 5명, 2007년 5명, 2008년 12명에 불과하다. 경찰 관계자는 “특히 셀카의 경우 촬영 동의가 있었다는 이유로 유포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어렵다”고 전했다.

처벌 규정 강화도 시급하지만 더 중요한 건 당사자들의 주의다.

한 변호사는 “4년 전 고등학교 때 찍은 동영상이 우연히 유출된 한 학생은 최근 얼굴 전체를 성형수술하고서야 어느 정도 정상생활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찍는 건 한순간이지만 남는 건 수없이 복제돼 떠도는 동영상. 순간적인 실수가 평생 후회로 이어지지 않게 늘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신진우 사회부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