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정훈]언론자유 외치면서 취재 막는 민주당

  • 입력 2008년 12월 27일 02시 59분


“의원들 지시” 문방위 점거 - 출입통제

누구를, 무엇을 위한 언론자유인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은 26일에도 민주당이 점거하고 있었다.

민주당 당직자 40여 명은 성탄절 휴일까지 반납한 채 회의장 출입문 앞에 진을 치고 앉아 비(非)민주당 사람의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전병헌 의원 등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회의실 앞에서 ‘언론인들의 파업을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들은 이날 언론노조와 몇몇 방송사가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계법 개정안에 반대해 파업을 시작한 것을 거론하며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정권 유지를 위한 언론 장악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막가파식 대국민 도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모든 자유의 원천인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천정배 의원도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생명을 걸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곧 벌어졌다.

성명 발표 직후 몇몇 기자가 취재를 위해 문방위 회의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민주당 당직자들이 출입을 막았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왜 취재를 못하게 하느냐”는 기자들의 항의에 “의원님들이 지시했다”며 막무가내로 막아섰다.

당시는 여야 간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자의 출입까지 막을 이유는 없었다. 그 사이 옛 열린우리당의 정청래 전 의원 등은 자유롭게 회의실을 드나들었다.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겠다”는 민주당이 정작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막는 모습을 보면서 어디까지가 이들의 진심인지 혼란스러웠다. 민주당이 지키겠다는 언론자유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실랑이 장면을 지켜보던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교통질서 지키기 캠페인에 참석하기 위해 무단횡단을 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미디어 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메이저 신문사와 대기업에 방송을 넘겨주려 한다”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며 ‘총력 저지’를 선언했다. 이는 그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판단으로 실체적 진실과는 차이가 있지만 논외로 치자.

다만 언론자유를 외치며 기자들의 취재를 막는 행위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날 아주 기본적인 언론자유마저 훼손했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가.

박정훈 정치부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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