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칼럼]서울 교통난 해소하려면

  • 입력 2008년 12월 29일 02시 58분


서울의 교통 체계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느낌이다. 지금도 이미 어떤 시간대에는 정상으로 10분 걸릴 거리를 차로 가는 데 1시간이 걸리는 일이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현재 올라가고 있는 고층 건물이 모두 완공되고 특히 도심의 남북을 잇는 간선도로의 병목인 반포대교 남단에 고속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좌우에 들어선 대규모 고층 아파트 단지가 새해에 입주를 시작하면 반포를 중심으로 도심의 남북 모두가 교통마비 현상을 겪을 것이 뻔하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포스코는 강남역과 시청역을 10여 분에 오갈 수 있는 지하철 건설을 서울시에 제안했고 어느 국회의원은 일산 킨텍스와 강남 코엑스를 22분에 오가는 급행전철을 2012년에 착공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그 밖에도 각종의 특급버스 노선이 설치될 것이라 한다. 비용만 충당할 수 있다면 모두가 필요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매우 아쉬운 것은 이런 계획은 모두 특정 지역의 교통체증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근본적으로 잘못된 도심의 지하철과 버스 환승 체계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소한의 시간 안에 체계적으로 바로잡음으로써 서민층 전반의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생산적 구조조정에까지는 효과가 미치지 못한 것 같다는 점이다.

지하철-버스 환승체계 비효율적

현 상황으로도 도심에서 시간약속을 지키는 데 가장 믿을 만한 방편은 지하철이라 순박한 우리 서민은 지하철에 큰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지난 20년 사이 지하철 노선이 그처럼 많이 생겼는데도 왜 서울의 교통 체증은 해소되지 않는가를 깊이 생각해 본다면 노선의 증설만이 대책은 아니고 공공교통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분석과 근본적인 보완책 마련이 긴급함을 알 수 있다.

기름값이 그렇게 올라도 사람들이 굳이 도심으로까지 차를 몰고 가기를 고집하고 지하철보다는 차라리 장거리 광역버스에 의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도심의 지하철과 버스의 노선과 환승 체계가 매우 비효율적이고 불편해서이다. 도심의 공공교통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익의 장기적 극대화보다는 얄팍한 정치적 계산이나 편의를 앞세우기 쉬운 도시 행정의 무계획성과 무책임성이 그대로 압축되어 나타난다는 느낌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노선은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교통량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우리 지하철 노선은 우선 직선으로 빨리 달릴 수 있는 지하철 특유의 이점을 살리는 대신 뱀처럼 꿈틀거리며 자주 서므로 승객은 직선거리를 달리는 데 필요한 시간의 몇 배를 차를 타고 시달려야 한다. 강북 도심에는 걸어서 30분도 걸리지 않는 좁은 구간에 5개의 지하철 노선이 평행으로 달리지만 환승 체계가 되어 있지 않고 환승역에서는 흔히 버스 한 구간쯤은 걸어야 될 정도로 갈아타기가 불편하다.

불필요한 교통인구 유발로 교통 혼잡을 초래하는 비능률의 극치는 도심의 남북을 최단거리로 잇는 지하철도 버스도 없다는 데서 나타난다. 동서로 길게 펼쳐지는 순환선 2호선의 최단거리 연결점은 지하철로 10분도 안 걸릴 시청역과 서초역인데도 남북의 행정중심지 사이에는 직접적 연결 노선이 없다. 현재의 대중교통 체계로는 3배의 거리를 지하로 달리거나 4배 이상의 시간을 소모해야 목적지에 닿을 수 있으니 자가용을 몰고 나오는 일을 나무랄 수 있는가.

이미 잘못된 지하철 망을 뜯어고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보완책으로 승객의 시간과 정력의 낭비를 막고 자동차 의존도를 줄이는 길은 있다.

도심 남북 최단거리 연결선 절실

예를 들어 분당선을 선릉역에서 압구정역까지 연장하고 예술의 전당에서 경복궁역까지 직선으로 남북을 연결하는 노선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남북 간의 직선 축이 서초(2호선), 고속버스터미널(3, 7, 9호선), 녹사평(6호선), 시청(1, 2호선), 광화문(5호선), 경복궁(3호선)역을 통해 동서 방향 모든 노선과 바로 연결되므로 긴 거리를 불필요하게 전동차에 실려 우회해야 하는 현재의 폐단이 크게 줄어들고 웬만한 사람이면 자가용 대신 공공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이로움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 구간에 지하철 노선을 설치하기가 어렵다면 최소한 지하철과 연계되는 고속직행버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공공교통 담당관들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하루를 할애하여 도심의 지하철이나 버스 승객 노릇을 해 봄으로써 시민이 겪는 불편과 국가적 자원 낭비가 어느 정도인가를 체험해 보기 바란다.

이인호 KAIST 김보정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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