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마케팅 분야에서 10년 정도 일을 하다 최근에 서울의 다른 회사 경력사원으로 지원했다. 회사 제품의 마케팅과 홍보 방안, 브랜드 이미지 노출 방안을 리포트로 만들어 보내라는 연락이 왔다. 면접 성적을 좌우하는 큰 요인이라는 말에 여러 서적과 논문을 합해 A4 용지로 15장 분량을 만들어 보냈으나 결국 탈락했다. 한 달 후 또 다른 회사의 마케팅 분야에 지원을 했더니 먼저 회사와 비슷한 요구를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요즘 면접은 이런 게 대세인가” 생각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만들어 제출했다. 결국 여기도 낙방을 했다. 얼마 후 이 회사에 같이 응시해서 합격한 대학 동창에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마케팅 분야의 모든 지원자로부터 받은 리포트를 가져다가 업무에 활용하더라는 얘기였다. 기가 막혔다.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떨어진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서류전형에 가급적 많은 사람을 합격시켜 자료를 만들어 제출하라고 요구한 뒤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업무에 이용하는 것은 아이디어 도용 아닌가. 손도 안 대고 코를 푸는 이 같은 행태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