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를 제대로 시행해서 지방정부가 자기 살림을 잘 꾸린다면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가 지금처럼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방정부는 자기 지역의 특색에 맞게 지역발전계획과 토지이용규제안을 마련할 것이다. 그리고 지방정부는 좀 더 나은 행정서비스와 기업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지역 간의 상생 파급효과를 감안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외국자본을 공동 유치하는 등 서로 협력할 인센티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권한 재정 등 여러 측면에서 국가 운영과 지방자치가 여전히 중앙집권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 체제에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가능한 한 많은 재원과 사업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심지어 어느 특정 지역에 어떤 규제를 가해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한다. 이로 인해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정치적 투쟁과 지역 간 갈등이 만연하고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소모적 대립구도가 생성된다.
수도권 규제의 합당한 근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인구와 산업의 수용능력 측면에서 수도권 집중은 이제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계화 지식기반사회화의 진전과 함께 대도시권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인적 물적 자원의 교류와 이동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수도권을 규제하면 지방이 더 잘살게 되는 것도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수도권 등 대도시권의 발전은 국내 전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때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을 폈던 일본 영국 프랑스 같은 국가도 이제는 그러한 정책을 폐기하고 수도권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발전 문제와 관련한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권한과 재정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여 지방정부로 하여금 자기 책임 아래 자기 살림을 실질적으로 꾸리도록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획기적인 강화가 제도적으로 정착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중앙정부는 마땅히 지방정부의 필요와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수도권 지자체가 그동안 과도한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최근의 수도권 규제 완화는 만시지탄이 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정부는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권은 포퓰리즘적 균형발전의 논리에서 탈피하여 무한경쟁의 시대에 지방분권적 국가 운영이 왜 필요한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는 지역의 특색에 맞게 자율적 발전 정책을 펴 나가도록 권한과 재정을 넘겨달라고 중앙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