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금융 소외된 영세민 자금줄
우리나라는 경제활동인구의 30%가 넘는 사람이 영세 자영업에 종사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데, 경제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문을 닫거나 개점휴업 상태에 있는 영세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폐업은 사회적 비용과 재정 부담으로 떠맡아야 하므로 자영업자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할 실정이다.
최근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마련한 정부 업무보고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마이크로크레디트 뱅킹을 활성화해 소액긴급자금이 필요한 소상공인에게 지원하도록 직접 주문한 바 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줄이 막힌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정부가 마이크로크레디트라는 대책을 내놓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저소득 금융소외계층에 소액의 자금을 빌려주며 자립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유엔에서도 빈곤탈피를 위한 유용한 도구로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한다. 특히 마이크로크레디트 개척자로 알려진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가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래 세계적으로 더욱 주목을 받아 저소득 금융소외계층에 희망을 안겨줬다. 전 세계적으로 3000개가 넘는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이 1억3000만 명의 고객을 지원한다. 이렇게 많은 국가에서 관심을 끌며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초반부터 풀뿌리 운동차원에서 실업과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이 설립됐다. 마이크로크레디트 대표기관인 사회연대은행만 하더라도 각계의 도움을 받아 150억 원으로 6년 동안 650개의 자영업체와 사회적 기업체에 자금 및 경영컨설팅을 제공하여 어려운 이웃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빈곤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왔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원 대상자의 자립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대출 상환율 역시 90%로 높다. 현재까지 마이크로크레디트가 국내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상자를 정확하게 선정한 뒤 철저한 관리와 긴밀한 경영지원 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한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정부, 재원투입보다 환경조성을
문제는 민간단체를 통해 적지 않은 성과를 보이는 이러한 시도가 재원과 인프라의 부족으로 원하는 수요만큼 충분히 지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출 재원의 부족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 지원의 선정률은 10% 정도에 불과하며, 민간 스스로 조달하는 사업운영비 부족으로 이를 계속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마이크로크레디트가 경제 위기에 처해 있는 서민의 희망 길잡이가 되기 위해서는 이 기관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직접적으로 재원을 투입하려고 하지 말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환경을 만들어 다양한 형태의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이 발전하도록 인프라를 조성해 주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렇게 ‘정부 지원, 민간 운영’의 기본적인 전제 위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성장할 때 서민의 희망의 빛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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