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파 속에서 겪는 고통은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훨씬 심하다. 일부 대기업은 하도급 업체들이 부도(不渡) 문턱을 넘나드는 자금난에 허덕이는 줄 뻔히 알면서도 우월적 지위를 악용했다. 이들 대기업 중에는 관계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하도급 중소기업을 초청해 상생(相生) 협력을 다짐하는 선포식을 가진 ‘위선 기업’도 있다.
비단 건설업체뿐만이 아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2%는 대기업이 원가가 오른 만큼 납품 단가를 인상해주지 않는데도 보복이 두려워 참고 있다고 응답했다. 심지어는 납품 단가를 인하하지 않는다고 거래를 끊어버리는 대기업도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공사를 발주한 뒤 원도급 업체가 제출한 ‘하도급 관리 계획’을 공사 관련 부서가 현장에서 점검하는 제도를 확립했더라면 대기업의 횡포를 더 일찍 바로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도급 업체가 자금난에 빠지면 공사가 부실해질 우려가 크므로 발주 측은 ‘공사 품질관리’ 차원에서라도 이런 점검을 반드시 해야 한다.
경제 난국을 헤쳐 나가려면 경제주체들의 고통 분담이 긴요하다. 어려울 때일수록 형편이 나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하도급 업체에 대한 우월적 횡포를 스스로 없애나가는 노력부터 할 일이다. 대기업들이 비상시기에 자금 확보가 아쉽다고 해서 중소기업인들의 몫을 가로채는 행위는 윤리경영과도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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