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디어법안이 왜 흥정 대상인가

  • 입력 2008년 12월 31일 02시 59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어제 미디어관련 7개 법안의 ‘협의’처리냐 ‘합의’처리냐를 놓고 지루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미디어법안에 대해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고 방송을 재벌과 신문에 내주기 위한 악법이므로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태도가 완강하자 “미디어법안은 2월까지만 협의처리해주면 받아들이겠다”며 민생관련 법안 처리를 위한 협상카드로 쓰는 인상마저 준다.

민주당의 주장은 미디어법안 중 ‘신문방송 겸영 허용’ 조항을 극렬 반대하는 언론노조와 일부 방송사의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이를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일본은 3개 메이저신문사가 모두 방송을 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2006년 ‘신문방송의 겸업이 뉴스의 양적 질적 증가로 이어진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채널 수백 개의 인터넷TV(IPTV)가 도입된 미디어융합시대에 1980년 신군부가 도입한 ‘언론통폐합’ 독소조항을 21세기까지 끌어안고 갈 순 없다. 더구나 미디어법안은 이미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정이 내려진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을 비롯해 7개 모두가 한나라당 스스로 분류한 ‘위헌·일몰법안’에 속한다.

MBC는 연일 보도프로그램을 동원해 미디어법안이 자사를 민영화해 신문이나 대기업에 넘겨주려는 음모라고 여론몰이를 한다. 직원 1인당 1억1400만 원이나 되는 연봉을 받으면서 밥그릇 지키기에 골몰해 전파가 자사 소유인 양 정치파업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의 미디어관련법 결사 저지 전략은 MBC의 기득권을 지켜주려는 대리전일 뿐이다.

방송통신규제를 완화한 미디어법안은 21만1000개의 신규 일자리와 21조 원의 서비스 생산유발 효과를 낳는 미디어산업 육성법이다. 민주당은 “재벌에 방송을 넘길 의도”라고 주장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글로벌 미디어그룹은 나올 수 없다.

민주당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난 정권에서 자신의 우군(友軍)이었던 방송의 기득권을 옹호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가 미디어 빅뱅 시대로 달리는데 미디어법안을 ‘정권의 방송장악법’으로 왜곡하는 집단이기주의와 당파주의에 집권 여당이 무력하게 굴복해선 안 된다. 미디어법안은 여당이라고 선심 쓰듯 양보할 수 있는 흥정거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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